사진=장동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2.0%로 제시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이 소폭 오를 것으로 보면서도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설명회를 열고 "내년 중반쯤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IT업황도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다만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경제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로 동결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 2.0%, 내년은 2.3%로 전망했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내년부터 회복세가 나타난다고 보나. 통화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2.0% 내외라고 표현했는데 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인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잠재성장률(2019~2020년 2.5~2.6%)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경기흐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큰 흐름을 보면 현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쯤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IT업황도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춰보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지만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자료에는 2.0% 내외로 표현했지만 올해는 2.0%로 전망하고 있다."


-홍콩사태나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변동성 확대로 인해 원화 변동성이 커졌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원화가 프록시(proxy) 통화(대리통화)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가.

"우리나라와 같은 일종의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환율이 국내 금리뿐 아니라 대외여건 변화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정책을 할때는 환율 변동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국내금융과 경제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정책운용에 반영하는 것이 맞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상황 변화에 유의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

-3개월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2018년 이후 CD금리와 중금리 스프레드 등이 최대 수준인데, 최근 은행간 자금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CD금리가 상승을 해서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대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은행들이 CD발행을 확대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최근 스프레드 확대는 은행의 자금부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10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 콜 금리는 일평균 1.23%로 기준금리 수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이 원화 이동성을 여유 있게 관리해 은행간 자금시장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앞으로도 단기 자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원화이동성을 여유있게 관리하겠다."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문구가 결정문에서 빠졌다. 혹시 이미 효과를 판단해서 문구를 뺀 것이라면, 효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10월 금리 인하 이후 제기된 인하시점 실기론을 반영한 것인가. 시장에서는 문구 삭제를 놓고 금리인하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문구가 빠진 이유가 향후 구체적 방향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앞서 답변했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그 효과와 파급경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는 것은 늘 하는 일이다. 신용경로 등 금리인하의 1차적 단기적 효과는 항상 점검하고 있다. 인하 시점의 실기론과 결부짓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시장에서 인하시점이 당겨지는 것이 아니냐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구 유무가 통화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씀 드리겠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 경기 전망에서 중요하다. 반등 시점과 회복 정도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최근 메모리반도체의 단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반도체경기 관련 선행지표도 개선되고있다. 전문기관들은 최근의 추세, 가격 추이 등 선행지표의 움직임을 감안해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보고있다. 단지 그 정도는 당연히 활황이었던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회복의 정도는 강하지 않더라도 내년 중반에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것이 관련 전문기관들의 예측이고 그런 전망을 기초로 판단했다."

-내년에도 핵심적인 불확실성은 미·중 무역갈등이다. 향후 분쟁의 추이와 관련, 한은은 어떤 시나리오를 반영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전망했는가.

"미·중 무역분쟁은 한때 크게 확대되며 관련 불확실성도 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국간 1단계 협상 타결의 여지가 생기면서 상당폭으로 완화된 모습이다. 앞으로도 미·중 분쟁이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인데, 이번 경제전망에도 이를 기본적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예상대로 미·중 분쟁이 완화되면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투자증대와 글로벌교역 확대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저금리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경향이 강화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나 연기금 수익이 약화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위험추구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많은 나라에서 경제 주체들의 수익 추구 성향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저하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자꾸 축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한은이 초저금리 정책을 운용 중인 10여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금리안정 리스크가 증대된 것으로 파악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등 위험선호 경향이 강화되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꾸준히 펼친 결과 현재로서는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어느정도 억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계의 레버리지(부채)가 높고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된 상황이라 부동산,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각별히 경각심을 갖고 살피겠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금융불안을 촉발할 분야는 어디라고 보는가. 또 현재 주택가격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데, 향후 집값이 상승해도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칠 수 있는가.

"주택 가격은 여러가지 견해가 상반되는 만큼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 주택 매매가격이 현재 비수도권에서는 하락세가 멈췄고 수도권에서는 오름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워낙 확고해 주택 매매가격의 방향성 대해 지금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민간의 주택가격 기대심리와 정부 정책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날지에 따라 시장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말씀드리겠다.
통화정책은 주택가격 움직임에 직접 대응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경우 주택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 가뜩이나 높은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수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상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한은은 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