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두산 베어스의 우승에 큰 역할을 한 투수 조시 린드블럼.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가 갑작스럽게 차·포를 떼어낼 위기에 놓였다. 매년 선수이탈로 위기를 겪었던 두산이지만 이번 겨울은 유독 그 정도가 심각하다.
두산은 지난 4일 '에이스' 투수 조시 린드블럼의 보류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지난해 두산에 합류한 린드블럼은 2년 동안 35승을 올리며 대체불가 선수가 됐다. 올 시즌에는 20승3패 2.50의 평균자책점으로 최다승 부문 1위, 평균자책점 부문 2위에 오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린드블럼은 능력을 인정받아 2019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두산은 당초 린드블럼과 오는 2020시즌도 함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의 해외 진출 의지가 워낙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측은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린드블럼이 팀에 공헌한 점을 높이 사 보류권을 풀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또다른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를 방출한 두산은 이로써 다음 시즌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KBO 구단 전력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두산에게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린드블럼과의 결별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다음 소식이 전해졌다. 2018시즌 리그 MVP이자 홈런왕(44개)이었던 외야수 김재환이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KBO는 지난 5일 "두산 구단의 요청에 따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김재환 선수의 포스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한 다음날부터 30일 간 김재환과 협상이 가능해진다.
김재환은 지난달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가 끝난 뒤 구단에 미국 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 측이 김재환의 에이전트와 만나 이를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도전을 수락했다.
지난해 리그 139경기에서 44홈런 133타점 0.334의 타율을 기록한 김재환은 명실상부 두산 공격의 중심이었다. 이번 시즌은 리그 공인구 교체의 영향으로 홈런(15개), 타점(81점), 타율(0.283) 등이 모두 하락했으나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한 방씩을 터트리며 두산의 우승에 일조했다.
김재환의 이탈은 두산 외야에 치명적이다. 김재환은 이번 시즌 총 124경기에서 수비에 나섰는데 이는 박건우(125경기)에 이은 팀 내 외야수 출전 2위 기록이다. 정수빈이 120경기로 3위인 가운데 4위는 지난달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로 떠난 정진호(58경기)였다. 백동훈, 신성현, 김경호, 김인태 등 잠재적 자원들이 있지만 이 중 이번 시즌 타율이 2할을 넘긴 건 김인태(0.233)가 유일하다. 뜻하지 않게 외야에서 고민을 안게 된 두산이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 위기는 항상 존재했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치진의 이탈도 항상 있어왔다. 지난해에는 리그 최고 포수로 손꼽히는 양의지를 자유계약선수(FA)로 NC 다이노스에 내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매번 대체 자원을 찾아내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공격과 수비에서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잇따라, 그것도 급작스럽게 이별을 고했다. 확실한 대안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두산의 '왕조'는 생각보다 더 일찍 무너질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의 역량이 다시 한번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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