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의 나라 중국의 중국인적 해석
인권침해보다 삶의 편리함 더 선호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지난 11월29일 새벽에 도착한 베이징수도공항(T2)은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2016년 불거진 중국의 사드보북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말할 때 중국을 빼놓기는 어려울 듯 싶다. 직접 중국을 방문해서 최근 불거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과 홍콩시위를 바라보는 현지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과 홍콩시위 여파로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올 때마다 주가 그래프는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움직였다. 최근에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하면서 경색된 중국과의 관계가 풀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잠시 중국 관련주가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 중심지에 위치한 천안문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중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입국심사 시 외국인도 지문과 얼굴을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열 손가락 지문과 얼굴 등록을 요구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손가락을 기계에 모두 올려놓고 사진만 찍으면 끝이다.
최근 홍콩시위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압승 소식을 중국 내부로 보도되지 않게 통제했다는 외신 기사가 문뜩 떠올랐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다르게 중국 방문기간 동안 만났던 중국인들은 홍콩 관련된 소식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11월29일 새벽에 베이징수도공항(T2)에 도착한 뒤 중국 입국심사에 앞서 열 손가락 지문과 안면인식을 했다. /사진=류은혁 기자

◆중국인이 본 홍콩… ‘말썽만 부려’
홍콩시위와 구의원 선거가 당일에 바로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추후에 단신으로 중국 안에도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콩시위에 관한 반응은 생각과 달랐다. 본지 기자가 만난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홍콩은 항상 말썽을 일으키는 곳”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베이징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직장인 쉬위엔량씨(39)는 “중국 내 언론을 통해서 홍콩시위를 듣게 됐다. 중국인 입장에선 홍콩은 항상 말썽꾸러기라는 인식이 강하게 든다”며 “(홍콩시위와 관련해) 문제를 굳이 긁어서 부스럼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콩시위와 관련해 세계인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다른 중국인은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생인 쟝잉씨(28)는 “중국은 56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누군가의 입장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중국 정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통제가 안 되면 나라를 운영하기 힘든 구조이기에 홍콩시위는 중국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지하철역 내 검사대와 보안직원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쟝씨의 ‘통제’라는 언급에 대해 본지 기자가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요 관광지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X-레이 짐 검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몸 검사도 필수다.
중국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공항에서 출국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에는 안면인식으로 기숙사나 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바꾸는 추세다.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정문에서 얼굴인식을 통과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쟝씨는 “외부에선 중국을 볼 때 ‘통제’라고 말하겠지만 다르게 말하면 ‘안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베이징대학교 정문에 설치된 안면인식기로 수배된 범죄자를 식별해 검거한 사례도 있다”면서 “기술 발전으로 일상생활이 많이 편해졌다. 인권침해보단 편리한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몇명의 중국인들과 홍콩시위 및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부분 ‘홍콩 시민들은 말썽꾸러기’이라는 반응과 ‘통제가 아닌 안전’이라는 대답이었다. 일부 중국인들은 “홍콩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번 시위를 찬성하는 것으로 들었다. 홍콩시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협상, ‘중국’ 견제하는 조치

왕푸징 광장, 동즈먼역 등 중국 베이징 시내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중국인들의 입장은 확실했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커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적자폭이 커지는 현상이야말로 미국이 상품과 기술 경쟁력에서 중국에게 진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 모대학교에서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는 한모 교수는 “중국이 꼼수를 부려 미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이득을 많이 취한다는 미국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했다”며 “이는 사실상 중국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과 척을 지는 자체가 커가는 중국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주장대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협상 합의 자체가 장기적으론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이 높은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이 1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은 지난 10월에 1단계 미·중 무역합의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종 합의가 아닌 점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진통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