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에 따라 거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2일(현지시간)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 계획을 단념시키기 위해 거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행된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자축'의 의미로 추측되는 성조기 사진을 게재했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및 대이란 대규모 제재 복원 차원에서 최근 몇년 간 이란과 긴장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엔 미군 무인기가 중동에서 이란혁명수비대에 의해 격추되기도 했다. 이에 미국과 이란 관계, 그리고 중동 정세에 몰고올 파장이 주목된다.
◆솔레이마니, 그는 어떻게 죽었나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폭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솔레이마니를 태운 호송차량을 공습했다고만 밝혔다. 이란 국영TV는 혁명수비대 발표를 인용해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공항 인근에서 미국 헬리콥터들의 공격을 받아 순교했다"고 방송했다. 이라크 정부와 국영방송도 솔레이마니가 공습으로 사망했다고만 발표했다.
한편 AP가 인용한 이라크 보안미디어 '셀(CELL)'은 카튜샤(Katyusha) 로켓이 공항 화물실 근처에 떨어져 여러명이 숨지고 차량 2대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 대변인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로켓이 고위급 손님을 태운 차량 2대를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카튜샤 로켓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사용된 옛 소련의 이동식 다연장 로켓포(BM-13)를 일컫는다. 하지만 현재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돼 BM-13 뿐만 아니라 소련의 다연장 로켓포와 그 파생형들을 모두 카튜샤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공항에서 폭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중동연구원(MEI) 선임 연구원인 찰스 리스터는 자신의 트위터에 솔레이마니 등의 사망을 전하면서 미국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언급했다.
◆솔레이마니에 대한 상반된 평가… "전쟁영웅" "테러조직 리더"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 중 한명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큰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전장터를 실제로 누비는 최고사령관으로서 이란 군인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1957년생인 솔레이마니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직후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평생을 보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리면서 군부 내에서 중요인물로 급부상했다.
그는 이란 군부 내에서 '숙적' 미국과의 공식, 비공식적 채널을 가진 인사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2013년 뉴요커지는 1979년 이란과의 외교 단절 이후에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 사담 후세인 몰락 이후 이라크 새 정부 수립 과정에서 이란 측과 비공개 채널을 가동해 왔는데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란 측 채널의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란 현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 사이에서 솔레이마니의 인기는 대단히 높다. 군부 인사로는 예외적으로 '셀러브리티'(유명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란 국민 대다수는 실제로 그를 '전쟁영웅'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솔레이마니는 번번이 출마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이라크와 시리아 외교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란 내에서의 평가와 달리, 미국은 솔레이마니를 이라크와 시리아뿐 아니라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반군 등 친 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을 훈련시키고 지원하는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그를 테러조직 리더로 규정해 제재를 가해왔다.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인 그가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다가 사망한 이유 역시 그가 지난 2014년부터 이라크에 '군사작전실'을 세워 활동해왔던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AP통신은 이라크 최고위급 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정부군 및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슬람국가(IS)의 당시 이름) 격퇴전략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최근까지도 IS 격퇴전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란, 전쟁 가능성은?
미국의 이 같은 공습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최근 몇년간 긴장관계들 이어온 두 국가는 지난해 미군 무인기가 중동에서 이란혁명수비대에 의해 격추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이어 지난달 27일 미 도급업자 1명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부 키르쿠크에서 연합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이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또 미국은 이후 같은달 29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카타이브 헤즈볼라(친이란 이라크 시아파 무장단체) 거점 5곳을 정밀 타격했다. 하지만 같은달 31일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친이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이처럼 양국이 긴장관계를 이어온 가운데, 이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은 놀랍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양국이 본격적인 무력 충돌 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중동지역 국제정치에 밝은 한 교수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지상군 파견까지는 아직 아닐 듯 싶지만 미군 배치상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의 미 대사관 등 취약지역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크루즈마사일 등을 이용해 군사시설과 이란군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적극적인 공세와 전면전 확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과 러시아가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유엔 안보리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적극적인 공세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반대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전면적인 공격 대신 주요시설을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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