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려 도입했으나 감축목표 과도
3차 계획 유상할당 10%로 확대… 업계 부담↑

[주말리뷰] 대기오염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입된 ‘배출권거래제’가 산업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환경보호’라는 제도 시행 취지엔 적극 공감하지만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탄소배출권의 거래가격까지 폭등하는 추세여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앞으로 예정된 3차 계획기간 감축 목표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어서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더 줄여라”… 높아지는 감축 목표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체에 매년 배출할당량을 부여하고 부족한 배출량은 사고 팔수 있도록 한 제도다. 참여기업은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구매해 이를 상쇄해야한다.

예컨대 100톤의 배출권을 할당받은 업체가 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그만큼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식이다. 반대로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하지 않았다면 남은 분량을 이월하거나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배출량 1톤당 평균 시장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저감 노력을 기울여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2015년 1월부터 제도를 운영해 왔다. 환경부는 2010년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을 통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인 8억5080만톤 대비 37.0% 감축(3만1480만톤)한 5억3600만톤으로 낮춘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대구광역시 모 산업단지 공장 전경. /그래픽=머니S
산업계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당초 정부가 예정한 산업계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BAU 대비 11.7% 줄어든 4억2460만톤이었으나 로드맵 발표 이후로는 BAU 대비 20.5% 감소한 3억8240만톤으로 수정됐다. 기존 목표보다 422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여야하는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도시행 1차 계획기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592개 업체에 총 16억8558만톤의 배출허용총량을 부여했으며 이 기간 산업계의 배출량은 16억6943만톤, 여유분은 1616만톤(0.96%)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유분 발생은 그만큼 산업계 배출량이 전체 허용량보다 낮았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제공된 할당량이 산업계의 우려만큼 부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배출량이 많은 시멘트업계나 철강업계는 배출권 부족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인상을 우려해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3차 어쩌나”… 앞으로가 더 문제

한국에너지공단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멘트, 철강 등 제1차 금속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전체산업의 37.3%를 차지했다. 철강업체인 A사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시행 직전 대규모의 생산시설 투자를 단행했다”며 “이후 조업 안정화 과정을 통해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어 정부의 할당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배출권이 남는 업체도 있겠지만 한참 부족한 기업도 있다”며 “정부가 업체별 배출권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총량으로 판단하고 있어 배출권이 모자란 업체는 사실상 홀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업체인 B사 관계자는 “자칫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상황을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올 6월 2021~2024년까지의 3차 계획기간 감축률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차 계획기간 산업부문 감축률(6.1%) 대비 4%포인트 이상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근 정부가 내놓은 3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3%에서 2021년 이후 1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반영할 경우 산업부문 감축률은 2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감축률을 20%로 가정할 경우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0만톤인 기업은 연간 200만톤의 감축부담이 예상된다. 이를 전량 배출권 구매로 상쇄할 경우 톤당 3만6500원(1월2일 거래소 종가)인 배출권 가격을 감안할 때 연간 730억원의 구매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배출권 거래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여서 기업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선 나무EnR 대표는 “잉여업체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배출권 매도보다는 이월대응을 선호하는 반면 부족업체는 가격급등에 대한 매입 부담과 함께 울며겨자먹기 식의 차입대응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가진 시장안정화 보유물량을 풀어 수급 불균형과 가격을 조절하는 방안이 있지만 발동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2차 기간의 종합적인 평가는 내년 6월에나 나오기 때문에 시장안정화 물량 투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