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의 애를 말려죽이실 테요. 나의 가슴을 뜯어죽이실 테요. 내 생명을 맡으신 당신의 입술로…”
“난 싫어요.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
현진건(1900~1943)이 1925년에 쓴 단편소설의 끝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C여학교 기숙사 학생들의 러브레터를 질겁하며 싫어하는 노처녀인 B사감이 한밤중에 여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뜯어보면서 벌이고 있는 모노드라마다. 여학생들의 연애를 적대시하면서 스스로의 욕망도 억제한 데 따른 비정상적 언행을 표현하고 있다.
◆개혁은 나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
B사감의 일그러진 태도는 개혁이 성공하려면 나부터 진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를 바꾼 뒤에야 남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유지한 채 남들에게만 그것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 ‘나도 연애하고 싶은데 할 수 없으니 너희들도 하지 말라’고 한대서 청춘남녀의 연애를 막을 수 있겠는가. 남을 바꾸고 세계를 개혁하려면 믿음을 주어야 한다. ‘ㄹ’발음을 못하는 훈장선생이 아무리 ‘바담풍’을 강조해도 서당 학동들은 ‘바람풍’이 아니라 ‘바담풍’만 외칠 뿐이다.
‘주역’에서 개혁과 혁명을 설명한 택화혁(澤火革)괘는 이를 두고 “때가 무르익어야 믿음이 생기고(已日乃孚), 그래야 개혁과 혁명에 성공해 크게 이롭다”고 설명했다. 이일은 기일(己日)로 볼 수 있으며 기(己)는 중앙토로서 군자의 덕을 지닌 임금을 가리킨다. 중정(中正)한 도와 덕을 갖춘 사람만이 뭇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개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혁괘의 상(象)에서도 알 수 있다. 하괘인 리(離)는 환한 불로 밝은 덕을 닦아 문명을 펼치는 군자이며, 상괘인 태(兌)는 연못으로 위정자가 베푸는 은택이다. 개혁과 혁명은 내가 먼저 올바른 개혁을 하겠다는 것을 실천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며 좋은 결과로 증명해야 백성들이 개혁을 믿고 따른다.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억지로 밀어붙이면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나쁜 일을 당할 뿐이다. 혁괘에 믿음이 있다는 유부(有孚)가 다섯번 나오고 가서 친다는 정(征)이 세번 거론되는데 유부를 바탕으로 한 정은 허물이 없고 길하지만 유부 없는 정은 흉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맹자도 믿음을 저자로 돌아가고 밭 갈러 가는 것으로 풀이했다. “탕 임금이 군사를 일으켜 폭군 걸(桀)을 치자 백성들이 큰 가뭄을 해갈해줄 큰 비를 기다린 것처럼 맞이했다.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는 폭정이 그치자 저자로 돌아가는 사람(歸市者)이 그치지 않고(不止) 농사짓는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耕者不變). 걸을 죽이고 하나라 백성을 위로한 것은 때맞춰 내린 비와 같아 백성이 크게 기뻐했다”는 것이다. 결국 백성들이 상업과 농업에 마음 놓고 종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정치의 기본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민심이 돌아서 기존 임금을 죽이고 새 나라를 세우는 위정자를 지지한다.
◆진정한 개혁은 중심 바로잡기
밸런싱 아트(Balancing Art)라는 분야가 새로 뜨고 있다. 균형 잡는 예술이다. 우둘투둘한 돌이나 미끌미끌한 병, 찰랑찰랑한 대나무, 바람에 움직이는 격자(프레임), 그리고 오토바이…. 무게와 형체가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든 중심을 잡는다. 나아가 차곡차곡 쌓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의심하는 것을 불가사의하게 해낸다.
변남석 밸런싱 아티스트(BA)는 이를 절대중심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것은 절대중심이 있고, 이 중심을 바로잡으면 그 어떤 것도 바로 세울 수 있다”며 “중심은 마음 한가운데인 것처럼 사물의 중심을 잡으면 사람 마음의 중심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긍정과 확신으로 몰입하면 중심을 찾아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심과 근심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심잡기 BA로 NBC쇼에 출연하고 CNN특집에 참여했다. 매리어트호텔 CF모델이 되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도 트고 지낸다. 그가 찾아 실천하는 절대중심잡기가 바로 중용(中庸)이며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자세다.
발명이다, 밑으로 끌어당기는 힘 다듬어
사물 중심 찾아 마음의 절대중심 잡는다
큰 바위 위에 작은 소망 쌓는 것 넘어서
작은 돌 받침으로 인류의 큰 꿈 올려놓는
74억분의 1, 파란 행성의 유일한 사나이
개혁이다, 불가능이란 없다
해보지 않으면 성공도 없기에
깨지고 부서지고 허물어져도 좌절하지 않고
병 사람 대나무 오토바이 위에 공간 만든다
조마조마한 눈길 숨결 모아 손끝 꽃 피운다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긍정과 확신으로 중심 찾아 세우려는 몰입
부정과 의심으로 썩은 스트레스 날려버린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무기로 창조하는 삶
혁명이다, 무게 있는 모든 것 바로 세운다 <절대중심/자작시>
◆믿음 없는 사심, 말뿐인 개혁 망친다
설도 지났고 입춘도 넘었다. 흰 쥐해가 본격화되면서 지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된 경자년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졌던 ‘한일 무역전쟁-기해왜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초침이 째깍거리고 있다.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로 덮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2개월 반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만 쏠려있다.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꾸리는 민생보다는 표밭 일구기가 그들에게는 발등의 불이다.
B사감의 일탈된 언행이 아니라 변남석의 절대중심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 준다. 단 하나의 올바르지 못한 사심이 있으면 개혁하려는 것은 믿음이 없어지고 이뤄지지 못한 채 실패하고 후회만이 남을 뿐이다. 빨리 하려고 하면 절대 다다를 수 없고(欲速不達), 작은 이익을 보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見小利則大事不成).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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