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침체된 항공시장의 돌파구로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관련 작업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벌써 두차례나 일정을 미뤘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작업을 섣불리 매듭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길어지는 실사, 문제는 돈?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18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 주식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 지분비율은 51.17%다. 제주항공 측은 “항공사 간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양사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 및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기 보유대수는 78대(2019년 12월31일 기준)로 늘어난다. 국제선 여객점유율은 전체 12.6%, LCC 중 43%까지 오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국적사 3위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M&A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인수의향을 밝히면서 추진됐다. 앞서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루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M&A에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당시 이스타항공 등 타 항공사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제주항공은 자신감이 넘쳤다. MOU 체결 당시 연내(2019년) 실사 및 SPA 체결을 완료하겠다고 공시하며 인수작업이 신속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달까지 두차례나 일정변경을 공시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실사연장과 SPA 체결 연기를 두고 자금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562억원이다. 2018년 12월31일 기준 2227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제주항공 측은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대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며 “인수자금에 대한 구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여객기.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연이은 변수, 이스타 인수는 독?

“항공업 종사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적은 없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변수로 항공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여행수요 급감, 환율 및 유가 상승, 여름 성수기 태풍으로 인한 지연 속출 등의 변수가 있었다”며 “올해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항공사들이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먼저 지난해 잠정 실적을 공시한 진에어는 영업손실 49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18년 6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진에어는 국토교통부 제재와 함께 각종 악재가 덮치며 흔들렸다.

진에어뿐 아니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지난해 적자전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이 지난해 4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CC의 고수익 노선인 일본 관련 매출이 급감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일본은 LCC의 핵심노선이다. 항공사별로 평균 30% 이상의 매출비중을 차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본여객수는 일본의 수출규제(지난해 7월) 이후인 그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항공여객은 1억2337만명으로 전년대비 5% 늘었지만 일본여객은 전년대비 11.6% 줄었다.

해를 넘겼음에도 이 같은 불안요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라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5월 국토부로부터 운수권 배분을 받은 항공사들의 중국노선 운영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제주항공은 이 기간 티웨이항공과 함께 가장 많은 9개 노선의 운수권을 획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일 기준으로 무안-장자제·싼야, 부산-장자제, 인천-난퉁·하이커우·싼야·옌타이노선의 비운항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최근 이스타항공 회생을 위한 자금수혈도 현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의 자금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 항공사의 부채비율은 약 484%, 자본잠식률은 약 48%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보잉 787 MAX 2대의 운항중단, 일본수요 급감, 보잉 737NG 균열에 따른 운항정지 등으로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LCC들은 급격한 외형성장에 몰두했다. 현재 대외변수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급격한 몸집 불리기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1~2개 항공사는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는 제주항공도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업황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이번 인수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측은 이달 중으로 SPA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의지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