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가 아사 직전에 놓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올초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 정부 및 국내 금융기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국민들의 ‘혈세’가 사기업에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쌍용차는 과거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기술 유출 논란을 겪기도 했다. 외국자본은 언제든 ‘먹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힌드라는 상하이자동차와 다를까.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사진=쌍용자동차
◆시작점부터 다르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것은 2004년이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차는 금융권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쌍용차 매각을 추진하던 채권단은 상하이자동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채권단이 보유 중이던 지분 48.9%를 넘겼다. 당시 인수액은 약 5억달러로 추정된다. 인수금액은 온전히 지분인수의 대가였다. 쌍용차의 회생을 위해 투입된 자금은 10원 한푼도 없었다는 얘기다.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쌍용차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판매대수는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제조사 입장에서 판매실적 감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2009년 2월 법원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게 됐다. 이후 쌍용차의 흑역사가 시작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노조가 평택공장 점거했고 경찰의 무력 진압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당시 상하이자동차 측에 쌍용차 기술이 대가 없이 전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술 먹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상하이자동차가 휩쓸고 간 쌍용차는 참담했다. 2009년 1월 말 기준 7148명이었던 직원 수는 같은해 말 4763명으로 줄었다.

암흑기를 겪던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를 만났다. 당시 법정관리를 받던 쌍용차는 존폐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강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새주인을 기다리던 쌍용차는 5225억원을 제시한 마힌드라의 품에 안겼다. 이 5225억원은 지분 인수와 함께 채무변제에도 쓰였다. 인수 당시 회사의 빚을 100% 보존했던 상하이자동차 인수 때와 다른 점이다.


인수 후 직접 투자를 이어갔다는 점도 상하이자동차와 다른 부분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회생을 위해 2013년 8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쌍용차 역사의 큰 획을 그은 티볼리가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2015년초 출시된 티볼리는 국내 소형 SUV시장이 성장하는데 시발점이 됐다. ‘쌍용차=티볼리’라는 공식이 세워지면서 2009년 파업 사태로 훼손된 이미지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마힌드라 역시 티볼리를 활용했다. 통상적으로 신차 개발을 위해서는 3000억원 내외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중 금형이 차지하는 부분이 60~70%다. 마힌드라는 까다로운 한국시장에서 성공한 티볼리의 플랫폼을 공유해 개발 비용을 줄이고, 쌍용차는 공유 비용을 받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갔다. 티볼리 플랫폼 공유로 탄생한 마힌드라의 XUV300은 지난해부터 인도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금형을 가져간 것은 아니고 디자인 등을 바꿨다. 초창기 엔지니어링 선에서만 플랫폼을 공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술을 빼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적정한 대가를 받았다는 것이 쌍용차 측 주장이다. 2016년 쌍용차가 9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쌍용차는 2016년 영업이익 280억원, 당기순이익 581억원으로 2007년 이후 9년 만의 흑자를 기록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에게서 미래를 봤다. 이에 2019년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했다. 인수합병 이후 지금까지 1300억원을 직접투자했다. 투자가 전무했던 상하이자동차와 대조되는 행보임은 분명하다.
쌍용자동차 회사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너희는 다 계획이 있구나

마힌드라는 또 한번의 미래를 그릴 준비에 나섰다. 만년 적자에 빠진 쌍용차지만 제2의 티볼리 신화를 꿈꾸는 모습이다. 추가적인 자금수혈을 통해 2022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힌드라는 앞으로 3년간 5000억원을 투입해 쌍용차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는 쉽지 않음도 전했다.
마힌드라는 23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 의사를 공표했다. 나머지 2700억원은 정부 및 국내 금융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파완 고엔카 사장이 지난 1월 산업은행 등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자개발은 아니지만 마힌드라·포드·쌍용차가 공동으로 신차를 개발, 수출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쌍용차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수출이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10만7789대를 팔았지만 수출이 2만7446대에 머물며 흔들렸다. 쌍용차는 4년 연속 내수시장에서 10만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수출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12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고엔카 사장이 대주주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것은 쌍용차에 희망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좀 더 활력을 불어넣으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일~3월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