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바이오기업이 설익은 기술력으로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약과 제품을 성급하게 시장에 선보인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는 정보를 흘리면서 단기 급등한 주가가 문제점이 드러나며 다시 제자리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추격매수한 개미들만 피해 보는 전형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바이오업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슈에 편승해 주가를 띄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치료제 허위공시로 中기업 ‘철퇴’
중국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며 주가가 60% 이상 급등한 중국 바이오기업 ‘브라이트진’(BrightGene)이 허위공시로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허위공시와 과장된 정보를 반복 노출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이트진은 지난달 12일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의 복제약을 만들었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조사 결과 브라이트진은 길리어드로부터 제조허가를 받지 않았을뿐더러 대량생산을 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브라이트진이 렘데시비르의 제조승인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공시하자 이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투자 전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변이가 심해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렵다. 기술력이 뛰어난 다국적 제약사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의 발표보다 사실에 입각한 약물 기전과 경영 상태를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업계 내부에선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보가 전문적이고 복잡해서 정보제공의 충실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금융감독원이 투자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임상시험 3상 진행 관련 첫 임상환자 등록’ 등 홍보성 정보의 공시를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바이오기업도 설익은 정보 주의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제품이나 신약을 개발했다는 바이오기업들이 등장했다. 동물의약품 전문업체인 코미팜은 지난달 26일 장 마감 후 “자사가 개발 중인 신약물질 ‘파나픽스’(Panaphix)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당일 종가 기준 1만3500원이던 코미팜 주가는 다음날인 2월 27일부터 3월2일까지 56% 급등하며 2만1050원을 찍었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코미팜이 공시한 ‘긴급임상시험신청’이란 용어에 의문을 던진다. 해당 정책은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긴급임상시험신청이란 절차는 없다”며 “내부에서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신속하게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코미팜은 2006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항암제 ‘코미녹스’ 개발과정에서 주가 조작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07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코미팜 주가는 3월3일 11.6%가량 하락하며 숨고르기를 했고 다음날인 4일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가 1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19를 검사하는 신속(긴급) 진단키트 개발업체 주가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잇어간다. 의료기기개발업체인 피씨엘(PCL) 역시 지난달 26일 장 마감 후 “콧물이나 가래를 키트에 넣으면 집에서도 10분 안에 빠르고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 ‘간편진단키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피씨엘 주가는 다음날인 2월27일 장 시작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이틀간 16.7%가 빠진 피씨엘 주가는 오르내리막을 타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역시 정부에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란 의료계의 지적이다. 민감도란 실제 질병 발생 여부를 진단할 확률을 뜻한다. 피씨엘이 밝힌 자체검사 기준 민감도는 85%. 이는 의료기관에서 검사하는 분자진단의 민감도(99%)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신속 진단키트를 사용할 경우 질병이 있는지 놓칠 확률이 15%에 달한다는 의미다.
박형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100명 중 15명은 신속검사 진단키트를 사용해도 결과가 잘못 나올 수 있다”며 “자칫 잘못된 결과로 실제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면 그만큼 전파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피씨엘의 긴급사용 승인 요청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긴급사용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 의료체계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염 의심자가 늘어날 경우 긴급사용 승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간이평가해 ‘신속허가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는 가능성은 열어 놓겠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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