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자 시절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복잡한 도심을 통과할 땐 접촉사고가 일어날까 걱정됐고 긴장이 이어지는 장거리 주행에선 몰려오는 졸음을 참는 게 곤욕이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세상은 변했다.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니지만 상당수 자동차들이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움직인다. 앞차와 간격에 맞춰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따라 운전도 한다. 버튼을 누르지 않고 구두로 공조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고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며 차 안에서 결제도 할 수 있다. ‘반자율주행’이다. 이는 곧 최근 현대자동차가 내세우는 ‘IoT’ 중 하나다.
기자가 국내 자동차 트렌드가 IoT, 반자율주행 등 첨단기능으로 바뀌었다는 걸 확실히 인정한 건 2월 초 열린 제네시스 GV80 출시행사 때였다.
현대차는 이날 브리핑에서 GV80의 첨단기능과 프리미엄을 첫 화두로 던졌다. GV80에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제네시스 카페이(Carpay, In-Car Payment),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 인식 조작계) 등과 다양한 상황에서 고객편의를 돕는 원격진단 기반 상담이 탑재돼 있다. 이날 현대차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이 기능들을 설명했다. 반면 동력성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현대차뿐 아니다. 2주 뒤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GLC 출시행사에서 벤츠는 첨단기능을 내세웠고 동력성능에 대해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도 투아렉 출시행사에서 프리미엄과 첨단기능을 강조했다. 현대차가 만든 ‘첨단기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소비자들도 크게 호응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기본기의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력성능과 품질로 대변되는 자동차 기본기가 뒷전으로 밀려나자 최근 팰리세이드 전복사고나 GV80 품질문제, K5 시동꺼짐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주객이 전도된 것과 소비자들의 자동차 기본기에 대해 소홀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의 결과다. 자율주행이든, IoT든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우리만 손 놓고 있으면 결국 국내시장을 경쟁사에 다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긴장감은 필요하다.?하지만 자동차 본질에 대해서도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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