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62.89포인트(3.43%) 하락한 1771.44로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공매도가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 2011년 8월 이후 8년7개월 만이다.
13일 오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시장 안정 조치로 6개월 공매도 금지를 의결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시장조치를 취했지만 주요국 주가가 하루에 10%씩 하락하는 시장 상황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다음 주 월요일부터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음주부터 공매도 금지… 필요 시 연장 검토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우선 빌린 상태로 팔고 결제일에 내려간 가격으로 사들여 빌린 것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기 위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두 차례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은 위원장은 "최근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금지 기간을 6개월로 설정했다"면서 "6개월 후 시장상황을 보면서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6개월간 상장회사의 1일 자기주식 매수주문수량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는 "현재는 상장회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약 10거래일에 걸쳐 전체 물량을 나눠 취득해야 했다"며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취득하고자 하는 자사주 전체를 하루에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회사의 반대 매매도 6개월간 제한된다. 증권회사들은 돈을 빌린 사람들의 담보주식 가치가 일정 비율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를 실시하는 데 6개월 동안은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한다.

은 위원장은 "증권사 내규에서 정한 담보유지비율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도록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하겠다"며 "증권회사들도 우리 자본시장 생태계의 구성원인 만큼, 투자자 이익 보호와 시장안정을 위해 담보비율 하락에 따른 기계적인 반대매매를 자제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발동… 뒷북대응 논란 
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3거래일 연속 폭락하며 1,780선마저 붕괴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89포인트(3.43%) 떨어진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11.65포인트(6.09%) 내린 1,722.68에서 출발해 장중 낙폭이 8%를 넘어서며 1,69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 장 초반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와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 급락 시 추가폭락을 막기 위한 장치로 사이드카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9.49포인트(7.01%) 내린 524.0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16년 2월12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해외증시가 급락한 이후 4년1개월만에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증시패닉에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9일 기관투자자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확대 정책을 내놨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요구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분명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이라며 "시장에 형성된 공포감과 변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