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미국과 유럽지역의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전세계가 셧다운 공포에 휩싸였다.
확산 추세가 지속돼 주요 글로벌기업들의 생산시설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경우 각종 부품과 제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세계경제가 침체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미국과 유럽에 생산시설을 둔 한국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중국발 부품 공급차질 사태로 발생한 피해를 겨우 벗어나려던 와중에 더 큰 악재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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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생산시설 멈추나━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는 반도체·자동차·전자제품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밀집돼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공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공장, 샌디에이고 TV공장, 유럽 폴란드 가전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 가전공장, 폴란드 TV공장 등을 가동 중이며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미국 조지아주 공장, 현대차 체코 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롯데도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국 루이지애나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외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업계 3사도 미국과 유럽현지에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운영 중이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서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현지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은 기업별로 현지 사업장에 긴급 방역조치를 펼치며 소속 근로자들의 감염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거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시설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A 배터리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차질이 없지만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며 “우리 측에 문제가 없더라도 파트너관계인 현지 완성차업체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에도 거래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폭스바겐,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거나 중단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부품중단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악재에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며 부품공급이 차질을 빚자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국내 공장가동을 줄줄이 중단하는 등 손해를 입었다.
멈춰섰던 중국 부품공장이 다시 재개에 들어가고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는 하나 국내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부품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코로나19 대책반’을 가동해 기업 애로사항을 받은 결과 지난 6일까지 357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9.7%가 ‘부품·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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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불투명… ‘버티기’ 중요━
미국과 유럽의 생산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절벽을 피하더라도 판매절벽이라는 난관이 남아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이 소비활동을 멈추게 될 경우 한국기업들의 판매량이 급감,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생산·무역 관련 지수들이 하락하며 적어도 1분기까지는 수출 위축 가능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후 사태 확산 및 장기화 여부에 따라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사스나 메르스보다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정확한 피해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의 한 축인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 떨어지고 소매 판매도 20.5% 감소했다”면서 “최근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로 돌아서며 글로벌 경제회복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했으나 이번엔 미국과 유럽이 타격을 입고 있어 경기 전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의 실적과 한국 경제 성장률은 세계 교역 신장량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은 치명적”이라며 “현재로서는 정확한 피해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진정돼 불확실성이 확실히 해소되지 않는 이상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실물경제 지원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경제활력을 다시 살리려는 목표를 잡기보다는 지금까지 쌓아놓은 경제 인프라나 기업들의 경영기반,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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