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후보가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8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월 150만원을 주고, 결혼하면 축하금 1억원에 주택 마련 비용 2억원을 더해 3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사진=뉴스1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당은 총 41개. 지역구 후보자는 1118명, 비례대표 후보자는 312명에 달한다. 역대 최다 정당이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각종 이색 공약이 난립하고 있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정당이 늘어난 만큼 유권자들의 시선 끌기에 나선 것. 하지만 각 정당마다 이슈성, 공수표식 공약을 급조해 쏟아내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41개 정당, 각양각색 공약 싸움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등록한 정당은 51개로, 이중 41개 정당이 선거에 참여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첫 선거인만큼 비례대표를 통한 국회 입성을 노린 군소정당이 대거 등장했다.

이번 총선에는 공화당과 새누리당, 친박연대, 한나라당 등 과거 주요 기성 정당들의 이름을 딴 군소정당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독당과 기독자유통일당, 불교당 등 종교색을 띤 정당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다양한 정당이 난립하면서 이색 공약도 쏟아졌다. 허경영 후보가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8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월 150만원을 주고 결혼하면 축하금 1억원에 주택 마련 비용 2억원을 더해 3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같은 ‘현금 퍼주기’ 공약은 각 정당에서 난무했다. 국민새정당은 주부에게 10년 동안 월 200만원씩,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업 종사자들에게 1년 동안 월 10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당은 결혼축하금 7억원을 비롯해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에게 월 333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공약만 남발했다는 점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444명의 총선 후보자에게 질의한 결과, 이들이 제시한 1만3534개 공약의 예산 규모는 총합 439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본예산의 8배를 넘는 규모다. 하지만 이중 중 26%는 재정추계와 공약예산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디자인=머니S

실현 가능성 '제로'… 황당 공약도 난무

정치색이 뚜렷한 공약들도 눈길을 끌었다. 반공우파 정당을 표방하는 우리공화당의 경우 김정은 정권교체와 사회주의 약탈선동자 해고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홍문종 의원이 대표인 친박신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운동 등을 내세웠다. 핵나라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통해 핵무기를 제조하고 남북한 힘의 균등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다소 황당한 공약들도 난무했다. 국민참여신당은 국민화합을 위해 살인죄를 제외한 모든 국민의 전과기록을 말소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민중당은 국공립대학교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를 없애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유당은 공휴일에 실시되는 국가자격시험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남북통일당은 세계 최초로 하루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당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 전자화폐를 구축해 우리나라를 금융 선두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후보별 공약도 마찬가지다. 한민호 우리공화당 후보(서울 종로구)는 영어를 제2공용어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남원환 민생당 후보(대구 동구을)는 남한 2000만명, 북한 1000만명의 해외 이주민을 받아들여 인구 1억이 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제21대 총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외벽에 선관위 관계자들이 이낙연, 황교안 후보 등 서울 종로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거대 양당도… 이색공약 난무하는 이유는?
군소정당 외에 비교적 큰 규모의 정당에서도 이색공약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4호 공약으로 '국민 건강 인센티브 제도'를 내놨다. 이 제도는 체질량지수(BMI)·혈압·혈당 관련 목표치를 달성한 국민에게 '건강 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포인트는 건강식품·운동용품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왼손잡이를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왼손잡이 기본법’을 제정해 매년 8월13일을 왼손잡이의 날로 지정하고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는 게 골자다. 민생당은 무주택자에게 66.11m²(약 20평) 아파트를 1억원에 제공한다고 공약했다. 

각 정당이 저마다 이색 공약을 내세운 건 이번 총선에 다수 정당이 난립한 영향이 크다. 유권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선정적인 공약 내용도 마다하지 않은 까닭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군소정당뿐만 아니라 주요 정당들이 제출한 공약집을 봐도 감세하면서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등 엉망”이라며 “특히 군소정당의 경우 특이한 정책으로 매스컴과 유권자들에게 회자되며 당명이라도 각인되는 것이 이득이다. 실현가능성과 예산에 상관없이 공약을 내세우고 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