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수장인 예병태 사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마힌드라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한 2300억원은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12분기 연속적자로 허덕이는 쌍용차에게 당장 대주주의 투자유무보다 사실상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현재의 ‘경쟁력’ 부재에 따른 문제다. 2015년 소형SUV 열풍을 일으킨 티볼리의 성공 그리고 픽업SUV라는 차별화로 흥행한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 딱 거기까지였다. 4년간 35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코란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지난해 내부적으로 세운 연간 판매목표인 3만대에 간신히 절반이 넘긴 1만6957대만 팔렸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야성미 넘치는 과거의 코란도를 기대했지만 티볼리를 재탕했다는 혹평을 받으며 ‘코볼리’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뒤이어 상품성 개선을 통해 선보인 티볼리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소형SUV인 티볼리의 단점을 극복한 틈새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단종시키는 등 전체적인 큰 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예 사장의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기 마련이다. 재임 기간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를 연달아 흥행시켜 회생 가능성을 보여준 최종식 전 쌍용차 사장과 비교되는 모양새다.
쌍용차가 고전하는 사이 경쟁사에는 날개가 달렸다.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철수설에 시달린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로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주며 재기에 성공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크로스오버SUV라는 차별화 모델인 XM3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별다른 카드가 없는 예 사장은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12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린 쌍용차. 올해 1분기도 판매실적이 좋지 못하다. 13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16분기 연속 적자가 현실화될 수 있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가 아니다. 대중적인 것이 아닌 차별화를 통해 승부를 봐야 한다. 차별화 없이는 정부의 긴급 지원을 받아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예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차를 파는 사람은 판매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아직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예 사장. 마른 수건을 짜내는 자구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응이다. 예 사장만의 전략과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취임 2년 차 절체절명 시기에 그의 능력이 120% 이상 발휘돼야만 쌍용차가 부활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