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③] 고용쇼크에 투자 축소까지
지난 1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던진 말이다. 11년 만에 취업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고용쇼크’에 홍 부총리도 크게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올해 2월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은 동반 뒷걸음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이 실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시름은 깊어진다. 고용은커녕 있던 직원도 내보낼 분위기다. 기업 공채 규모는 갈수록 축소된다. 고용쇼크와 함께 기업투자까지 줄고 있어 국내 경기 침체가 더욱 길어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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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뽑겠다”는 기업━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동월대비 19만5000명 줄어 2010년 1월(1만명 감소)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취업자 감소폭은 2009년 5월 24만명 감소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냥 쉬는’ 인구는 지난달 236만명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20대 실업자는 무려 41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고용쇼크’가 대한민국을 덮친 것이다.앞으로 이 수치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우선적으로 고용 규모를 줄이고 있어서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4월14~17일, 총 262곳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채용계획에 영향을 받았다’는 답변은 무려 85%를 기록했다. 71.1%의 기업은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공채 일정을 보류했다. 4월 초부터 삼성그룹 등 일부 대기업은 공채일정을 확정지었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은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줬다. 공채와 수시채용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수시채용만 실시하는 식이다. 취업포탈 ‘사람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용을 계획 중인 428개사 중 78.7%는 수시채용으로만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부터 공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수시채용을 확대한다. LG그룹과 현대모비스도 공채와 수시채용을 함께 실시한다. 은행권에서도 우리은행은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하반기로 연기하고 수시채용을 진행키로 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 ICT, 기업금융 분야를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은 하반기 채용 때 수시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부 기업들은 ‘소수의 인재가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효율적’이란 이유로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공채도 중요하지만 수시채용 등을 통해 적기에 인재를 데려오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인사 기조와 맞물려 요즘처럼 ‘고용쇼크’가 심화된 상황에선 수시채용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수시채용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도 수시채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19일 “노사 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 지원하겠다”며 앞으로의 일자리 지원대책 방향을 시사했다. 기업 입장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규모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으로라도 일자리 창출을 꾸준히 시행해 정부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T(정보통신) 관련 회사들은 1~2명의 인재를 수시채용해 회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유통사나 금융사는 사정이 다르다”며 “수시채용은 무조건 정해진 인원을 채용하는 공채와 달리 뽑을 사람이 없다면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수시채용은 채용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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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돈이 없다는 기업━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국내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설비투자는 지표상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4.8% 줄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상당수 기업은 매출 급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설비투자를 할 만한 돈도 없다는 얘기다.
국내 경기 위축 시 기업들은 해외로 시선을 돌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코로나19로 해외 실사 자체를 실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국내·외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올 3월 말 투자 계획도 하반기로 미룬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고용·투자쇼크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대기업에 SOS를 보냈다. 2018년에도 6월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5.9% 감소하자 정부는 대기업 총수들을 소집해 “고용, 투자계획을 내달라”며 구원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1회성 정책으론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가 예산·통화정책, 산업 구조조정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장기적인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4월22일 긴급 고용 안정대책을 내놨다. 고용부문에 10조원을 투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정부가 집적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대기업에게만 짐을 지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위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한국판 뉴딜’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의 고용정책과 함께 기업 투자까지 활성화되면 극심한 경기침체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가 먼저 적극적인 투자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성공률이 낮더라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분야에 대한 예산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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