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리고 있는 화물. /사진=대한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대형항공사(FSC)에 치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항공산업을 이끌던 저비용항공사(LCC)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강행하지 않으며 일자리 지키기에 나선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최근 늘어난 화물수요로 2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묘수가 없는 LCC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적으로 국내선을 늘리고 있지만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어서 한다”는 분위기다. 학계와 업계는 일시적 위기는 극복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입을 모은다.

솟아날 구멍이 없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국제선 운항이 올해 4월부터 90% 이상 중단됐다. 국적항공사들은 올해 1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진 급여 반납, 순환휴직, 리스기 조기반납 등으로 고정비 줄이기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대형항공사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코로나19 위기 속 항공화물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 외항사의 국제선 운항 급감으로 여객기의 남는 공간에 화물을 적재하는 벨리 카고가 줄어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화물물량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등 IT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마스크 등 의료품 수송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높아진 화물운임도 대형항공사의 미소를 짓게 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화물실적이 전년대비 0.5% 늘어난 647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전년대비 12% 늘어난 333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화물 증대로 2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는 그림의 떡이다. 화물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없는 이유는 두가지다. 여객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단거리 위주의 노선뿐이라는 것.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노선을 살펴보면 인천에서 출발해 미주(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또는 유럽(비엔나,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스톡홀롬) 등 다양한 국가를 돌고 돌아 인천으로 되돌아오는 형태다. 비행시간만 최대 100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IATA 등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화물 수요의 45%가 아시아-미주 또는 유럽노선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미주, 유럽노선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화물노선 역시 별도의 운수권이 필요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화물기도 별도로 운영한다. 대한항공은 B737F 4대, B747-8F 7대, B777F 12대 등 총 23대의 화물기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B767F 1대, B747F 11대 등 총 12대의 화물기를 보유 중이다. 이들의 전체 매출에서 화물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다.


최근 LCC의 국내선 신규 취항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LCC의 경우 여객 매출비중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화물수요 급증은 대형항공사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국내선을 늘리는 것은 국제선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는 것이지 수익성 개선에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방치된 여객기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일자리 지키며 버티는데 정부는 외면?
해법은 없는데 정부는 대형항공사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국책은행(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40조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기간산업안정기금도 대한항공이 1호 항공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밝힌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조건은 저비용항공사를 사실상 배제하는 모습이다. 총 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인 기업만 신청이 가능하다. 해당 조건대로라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7개 LCC 중 제주항공(6416억원)과 에어부산(5605억원)만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은 총 차입금 규모가 5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은 직원수다 300명을 넘지 않는다. 아직 운항증명(AOC)도 받지 못한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비용항공사 역시 수만명의 일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정부지원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항공사의 직원수는 3만9339명이다. 이중 LCC의 직원수는 1만1121명으로 전체 28%에 해당한다. 지상조업사 등까지 포함하면 일자리 창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연초 약속한 LCC 대상 긴급운영자금 3000억원도 온전히 집행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지급된 금액은 약 1940억원. 이마저도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별다른 묘수가 없는 LCC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이라는 것도 가정에 다 돌려줬는데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에 대해 일부만 구제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잘하던 항공사들이 유탄을 맞은 것인데 LCC업계에도 보조금이 들어가야 한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심의위원회도 구성됐으니 기금 집행 과정에서 LCC에도 혜택이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