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앞서 2016년 서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2019년 진주시 아파트 방화사건 등 흉악범죄 피의자의 단골 지병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은 조현병에 대해 “생각보다 꽤 흔한 정신질환이며 약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조현병, 정말 위험한 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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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노래, 나를 향한 구애? ‘망상’━
조현병이란 말이나 행동, 감정, 인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과거에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렀으나 부정적 인식 때문에 2011년 병명을 바꿨다.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은 환청과 망상 등이다. 자신을 못 보고 지나친 직장 동료에 대해 자신을 적대시하고 험담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피해망상),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가수가 나에게 보내는 구애의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관계망상) 등이 가장 흔하다. 일부는 국내 최고 재벌의 숨겨 놓은 후계자라는 망상을 가지고 시시때때로 재벌이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환청을 겪는다.
의료전문가들은 그간 진료현장 경험을 비춰보건대 조현병 환자 가운데 90%가 환청을 호소한다고 분석했다. 환청의 내용은 다양하다. ▲환자의 행동을 중계하듯 하나하나 말하는 환청 ▲명령을 내리거나 위험을 경고하는 환청 ▲욕을 하거나 아첨하는 환청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자기들끼리 대화하거나 다투는 내용의 환청 등이 있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환청과 대화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조현병 유병률은 지리·문화·경제적 환경과 무관하게 전세계적으로 인구의 약 1%로 집계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조현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만8000명으로 최근 5년 새 약 7% 늘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정신질환 특성상 숨어있는 환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의 조현병 환자를 약 50만명으로 추정했다.
조현병 환자들은 사소한 일에 갑자기 흥분하거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급성기를 지나면 오히려 타인과의 접촉을 어려워하고 집 안에서 혼자 지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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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중단=악화… 전문가 “예방 가능하다”━
의료진들은 창녕 아동학대 사건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영훈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 대부분 자신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이사나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중단,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피해 아동 가족은 경남 거제에서 살다가 올해 1월 창녕으로 이사 왔다. 친모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지만 2019년부터 치료를 중단했고 거주지를 옮기면서 스트레스가 늘었기 때문에 딸을 학대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
이들 부부의 학대 사실은 5월29일 오후 6시 20분쯤 창녕군 대합면의 한 편의점에서 주민이 양쪽 눈에 멍이 든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계부는 프라이팬으로 피해 아동의 손가락을 지져 손톱 일부가 빠지는 등 심각한 화상 상처를 입혔고 피해 아동의 신체 곳곳에는 멍자국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병 환자의 폭력·방치 성향에도 의료진들은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의료진은 조현병에 대한 이해부족과 주변인의 무관심에 주목했다.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낙인이 쌓여 환자를 의료 사각지대로 몰면 더 위험할 수 있어 주변인의 관심과 독려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진 입장이다.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우리와 많이 다르다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조현병은 다른 질병에 비해 약물치료로 증상이 개선되는 비율이 비교적 높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통한 호전 속도는 조현병 환자마다 다르지만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회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고영훈 교수는 “조현병의 평균 치료기간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길어 일반적으로 첫 발병 후 최소 2년간의 치료가 권장되며 두 번 이상 재발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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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취약성 악용… 계부 ‘더 나빠’━
이번 아동학대 사건의 책임은 조현병이 아니라 환자의 취약성을 악용한 동거인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프라이팬에 피해 아동의 손가락을 지진 흉악 범죄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친모가 아닌 계부가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피해 아동은 계부가 알루미늄 막대로 자신을 2년 전부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조현병 환자의 취약성을 악용해 아동학대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료진의 주장이다.배승민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직접 폭력을 휘두른 것보다는 주변인이 이를 부추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친모가 자녀를 보호하는 기능을 상실해 계부의 학대를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상적인 남편이었다면 아내의 조현병을 그대로 두지 않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병 증상 관리의 가장 중요한 점은 주변인의 관심이라는 게 의료진의 공통 의견이다. 안석균 교수는 “조현병을 치료하려면 가족과 주변인의 이해가 중요하다”며 “환자는 언뜻 보기에 인격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나 내면은 아주 괴롭고 답답한 점이 많아 가족이나 친구 등이 이 점을 잘 이해하고 헌신적인 애정으로 대해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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