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한국 기업입니까, 일본 기업입니까.”
2015년 9월 국정감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회사의 국적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한국 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를 비롯한 모든 한국 롯데 계열사는 한국 기업”이라며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근무하는 사람들도 한국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국적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노 재팬’ 운동이 시작되면서다. 롯데는 ▲일본에서 창업했다는 점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기업이 있다는 점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과 합작하거나 지분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에서 불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불매운동이 이어진 지난 1년 동안 롯데의 위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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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왜 불매 대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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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는 1967년에 들어와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50여년 동안 롯데는 유통, 석유화학·건설, 식·음료, 관광·서비스 등에서 사업영토를 확장해왔다. 롯데의 이 같은 출발이 일본기업 논란의 단초가 됐다.
신 명예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키운 만큼 지배구조도 일본과 엮여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양대 축이다. 이 중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19.07%), 일본 롯데계열의 투자회사(80.21%) 등 대부분 일본 계열사가 장악하고 있다. 롯데 지배구조의 한 축이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만큼 일본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무엇보다 롯데가 불매 대상이 된 이유는 일본제품의 국내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지배적이다. 실제로 롯데는 일본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자사 유통망을 통해 일본 브랜드를 국내에 입점시켰다. 롯데가 ‘발판 기업’, ‘국부유출’ 등의 비판을 받는 이유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이 2018년 한국 유니클로 지분을 통해 챙긴 배당금은 566억원에 달한다. 로열티까지 합하면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무인양품 한국 합작법인 무인코리아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을 각각 60%, 40%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반반씩 지분을 나눠 갖는다. 여기에 롯데캐논, 롯데JTB, 한국후지필름 등도 롯데가 일본기업과 손을 잡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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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롯데’ 영향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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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대한 불매운동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2019년 7월 초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2주 만에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의 시가총액은 1조원 가량 빠져나갔다. 2019년 말까지는 총 3조원 가량 빠져 반년 동안 주가가 13.05% 감소했다.
특히 불매운동의 타깃인 소비재를 취급하는 롯데쇼핑의 타격이 컸다. 불매운동 직후인 2019년 3분기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해 반토막났다. 매출은 4조4047억원으로 5.8% 줄었다. 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롯데쇼핑은 2019년 총 7537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1% 줄어든 17조63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8.3% 급감해 4279억원에 그쳤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3%, 17.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1분기까지 하락세는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4.6% 급감했고 매출은 8.3% 줄었다. 다만 올해는 불매운동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영업이익이 각각 97%, 80.2% 급감했다.
일본 합작사로 인한 간접적인 타격도 입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운동 여파로 어려움을 겪자 2018년 하반기 회계연도(2019년 3~8월) 기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회사의 현금 배당액을 일본과 반반씩 나누던 롯데쇼핑의 배당금 수익도 감소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7년 하반기 회계연도(2018년 3~8월) 실적 기준으로 610억원을 기말 배당한데 이어 2018년 상반기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2월) 기준으론 600억원을 중간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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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논란 해소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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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논란에 불매까지 이어지자 롯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이란 게 롯데의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 86개 계열사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62조5630억원, 직·간접 고용 인원은 올해 4월 기준 92만5227명이다. 이 같은 사업 규모는 일본의 20배에 달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니클로 등 일부 제휴사들은 지분 직접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일본 기업 논란을 빚을 수 있다”면서도 “롯데 브랜드 자체는 엄연히 한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기업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이로 인한 피해가 드러난 만큼 국적 논란을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신동빈 회장도 일본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한 바 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의 지배력을 낮추고 호텔롯데 지배 하에 있는 계열사를 지주회사 내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구상은 이미 2015년에 이뤄졌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에 이어 지난 몇 년간 경영비리,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신 회장이 ‘오너리스크’에 놓여 호텔롯데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면세점이 타격을 입으면서 상장 작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상장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준비 단계가 아니다”라며 “업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상장을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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