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평균 16.9도로 순해졌다. (왼쪽부터)하이트진로 참이슬, 진로,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처음처럼 플렉스. /사진=각사


[머니S리포트] ‘쓰디 쓴 소주’는 이제 옛말이다. 현재 한국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평균 16.9도로 순해졌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0년대 처음 등장한 소주는 무려 35도였다. 이후 증류식에서 희석식으로 제조방식이 바뀌면서 도수가 낮아지긴 했지만 1990년대까지도 ‘소주=25도’ 공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소주업계가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면서 지금의 16.9도 소주 시대가 열렸다.

도수가 낮아진 건 음주 트렌드가 바뀌면서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면서 일상에 지장이 없는 순한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7도 미만 술은 TV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도 소주 도수가 내려간 또 다른 이유다. ‘국민 술’ 소주는 한층 부드러워지면서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
소주시장의 새 표준 ‘16.9도’

롯데칠성음료는 소주시장의 저도주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선두주자다. 21도가 주를 이뤘던 2006년 ‘20도 처음처럼’을 출시해 부드러운 소주를 각인시켰다. 이듬해 19.5도로 도수를 한번 더 낮췄고 2014년에는 18도, 17.5도로 1년에 두차례 도수를 내렸다. 이어 2018년 17도, 지난해 16.9도로 알코올 도수를 더 낮췄다. 

‘처음처럼’이 이처럼 도수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이유는 저도화되는 주류시장의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서다. 제품 특징인 ‘부드러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처음처럼은 ‘깨끗함에 건강까지 생각한 소주’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부드러운 소주임을 강조한다. 

상품명 ‘처음처럼’에는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뜻을 담았다. 이는 원료로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 덕분에 숙취가 적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어 부드러운 소주’라는 점을 일관되게 소구한다.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 출시를 기념해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팝업스토어 홍대점. /사진=하이트진로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진로이즈백’(진로)을 통해 16.9도의 저도주 소주를 선보였다. 진로는 1970년대 출시했던 과거 진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제품이다. 진로는 브랜드의 정통성을 반영하되 젊은층에 새로움을 전달하는 데 디자인의 중점을 뒀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저도수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개발에 착수했다.

진로는 출시 당시 목표한 연간 판매량을 2개월 만에 달성했다. 72일 만에 1000만병(360ml 병 기준)을 판매했고 이후에는 판매 속도가 약 4.5배 빨라졌다. 출시 7개월만인 지난해 말 1억53만병, 13개월 만에 3억병 이상 판매되는 등 국내 소주시장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이트진로의 대표 브랜드 ‘참이슬’도 지난달부터 도수를 16.9도로 낮췄다. 지난해 3월 참이슬 후레시를 17.2도에서 0.2도 낮춘 후 0.1도를 더 내린 것. 더 깨끗해진 참이슬 후레쉬는 본연의 깨끗하고 깔끔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제조 공법과 도수 변화를 통해 음용감을 개선했다.
국경·세대 초월한 ‘저도주 소주’

순해진 소주는 세대와 인종을 아우르며 사랑받는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고 전세계 80여개 국가에 소주제품을 출시했다. 이달부터는 진로를 일본과 미국, 중국 등 7개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 실적은 2013년 5804만달러를 기록한 후 일본 주류시장 침체 등으로 2년 연속 하락해 2015년 4082만 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반등이 시작됐다. 2018년에는 5000만 달러를 재돌파하고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5862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8.9%, 2016년 대비 33% 증가했다. 

이는 수출지역 다변화와 함께 수출 품목 확대, 현지화 프로모션 등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분석된다. 베트남, 필리핀 법인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공략을 강화하고 미국, 중국 등 기존 수출국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추진했다. 아프리카, 유럽 등 신규 시장도 개척했다. 소주 수출은 대부분의 국가,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진로 출시 이후 수출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으나 국내 공급 안정에 집중해왔다”며 “이번 진로의 첫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소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소주 세계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처음처럼 플렉스’의 크기와 용량을 축소한 ‘처음처럼 플렉스 미니어처’ 패키지를 출시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저도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 올해 4월 힙합 래퍼 염따와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처음처럼 플렉스’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플렉스’(FLEX)는 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는 의미의 힙합 용어로 우리나라에선 염따가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고 말한 이후 유행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플렉스 문화’에 익숙한 2030 젊은 층과 소통하는 차원에서 제품을 출시했다. 

이전에도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2015년에는 어린 시절의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인 키덜트족을 겨냥해 인기 캐릭터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해 ‘처음처럼 스티키몬스터’를 선보였다. 2017년에는 웹툰작가 ‘그림왕 양치기’, 2018년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처음처럼 라벨 디자인을 활용해 ‘친구처럼’, ‘우리처럼’ 등 소비자가 원하는 문구를 담아 특별한 라벨을 만들어 주는 ‘마이라벨 캠페인’을 진행하고, 미니어처 소주와 미니 소주잔으로 구성된 ‘미니미니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독창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품 출시 이후 ‘목넘김이 부드러운 소주, 처음처럼’을 일관되게 강조하며 국내 소주시장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과 사회공헌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