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열흘 내로 선결조건을 이행하라며 이스타항공을 압박했다. 특히 미이행 시 계약파기가 가능한 점을 강조했다. /사진=뉴스1
이스타항공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제주항공이 10일 내로 선결조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파기가 가능하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경영난에 시달려온 이스타항공은 자력으로 회생할 능력이 없는 상태다. M&A 불발 시 이스타항공의 '공중분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최대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항공 측이 지난 1일 공문을 발송해 선결조건 이행을 촉구했기 때문. 특히 계약상 선결조건 미이행 시 계약파기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 지분반납 카드로 교착상태에 빠진 M&A 협상재개를 노리던 이스타항공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제주항공 측이 이행하라고 밝힌 선결조건은 ▲25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 ▲370억원 규모의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조업사 등 기타 미지급금 등의 해결이다. 이를 위해선 최소 8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지난 2월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의 40%만 지급했던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6월까지 단 한푼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운영자금이 없어 지난 3월 말부터 모든 국내·국제선 운항도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인수 외에는 답이 없다고 이스타항공 스스로도 말했다"며 "결국 정부지원뿐인데 LCC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정부가 선뜻 지원에 나설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른쪽)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측 입장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이스타항공, 이대로 공중분해?
일각에서는 M&A 불발 시 이스타항공이 공중분해될 것이란 예상을 한다. 당분간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여파로 올 1분기 국적항공사 모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해외 주요 컨설팅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정부 지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 2일 운용심의회를 열고 저비용항공사(LCC)가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체불임금 등이 해결돼야 M&A가 종결될 것으로 본다"며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금융은 지원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항공사업법 개정으로 부실항공사 퇴출 기준이 강화된 점도 이스타항공에게는 부담이다. 개정된 관련법은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될 경우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취소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자본잠식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재원은 한정적이고 지원해야 하는 기업은 많다"며 "형평성, 일자리 문제 등을 감안하면 모두에게 정부지원이 돌아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