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매년 두 차례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해왔는데 2019년 10월 “2020년 세계 경제는 조금씩 반등할 것”이라 발표한 지 단 3개월 만인 2020년 1월 ‘-3.0% 성장 예상’, 5월엔 그 하락폭을 ‘-6.3%’로 재차 수정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세계 최고 경제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을 유명무실화했다. 20세기에서 21세기 초까지 약 50년간 세계를 주도하던 전문성, 능력과 자질, 논리와 경험은 이미 급속하게 평범한 것으로 취급받거나 ‘무용’한 것이 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A.T.커니 등을 거친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인 저자 야마구치 슈는 신간 ‘뉴타입의 시대’를 통해 이런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는 이전과는 다른 인재 프레임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뉴타입’이라 명명했다. 반대로 이전 시대 유능함의 조건과 사고방식은 ‘올드타입’으로 구분했다. 이번 팬데믹 사태는 ‘올드타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뉴타입 시대로의 전환에는 올드타입의 사고방식이 더이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게다가 미디어와 유통 환경의 변화로 ‘한계비용 제로’의 비즈니스가 가능해졌고 기업의 수명은 짧아진 데 비해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다.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발견’해내는 능력, 쓸모 있는 일보다 ‘의미와 가치’가 있는 노동, 이미 넘쳐나는 물질의 생산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거대한 어젠다를 찾는 인사이트가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의 해결사’로 불리던 MBA 출신 컨설턴트들이 급속히 가치를 잃어가며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해가는 시대에 규정 준수와 효율적 해결만을 고민하는 ‘올드타입’은 갈수록 도태된다. 순종적이고 논리적이며 책임감이 높은 그들의 능력 자체가 포화 상태가 돼 ‘범용화’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뉴타입’은 자기만의 철학과 직감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위기를 돌파하고 시대에 필요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낸다. 그들은 경험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고 기존의 교양과 지식을 계속해서 ‘리셋’해 나간다. 이를 동력으로 이상적인 상태를 구상해낸다. ‘뉴타입’형 혁신가는 기술이나 혁신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전례 없는 비즈니스를 창출해나간다.
14세기 페스트가 지나간 자리에서 르네상스가 태동했던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가면 세계의 시나리오는 다시 쓰일 것이다.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해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이 주인이고 기술은 뒤따르는 주종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풍요롭고 인간적인 세계를 건설하려면 ‘유능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뉴타입’ 인재론이다.
야마구치 슈 지음 | 김윤경 옮김 | 인플루엔셜 펴냄 |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