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는 유통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대표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운영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인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아웃렛, 면세점 등으로 의무휴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다.

[주말리뷰] 장기 불황에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보다 강력한 유통 규제 법안으로 무장하는 상황. 업계와 정치권 사이의 괴리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선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대형마트가 과거 대규모 이익을 낼 때 만들어진 규제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한다. 특히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발상과 일방향 규제를 버리고 상생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통 규제, 실효성 없다” 한목소리
21대 국회에는 유통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대표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운영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인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아웃렛, 면세점 등으로 의무휴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는 사람 뺨 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규제가 심각하게 산업을 죽이는 상황에 이커머스의 공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시름한다는 이유다.

서 교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가하는 현행 규제도 실효성 논쟁이 심각한데 이를 확대 적용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처사”라며 “규제를 할수록 소비가 침체되고 내수가 위축돼 중소상인도 어려움을 겪고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밑도 끝도 없는 규제 강화”라며 “유통 규제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은 전통시장과 고객층이나 소비패턴이 달라 규제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목적지로서 전통시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전통시장은 지나가다 방문하는 비목적 고객의 비율이 높다”며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은 목적 고객의 비율이 높아 대체재 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도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골목상권이 활성화됐다는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기존 대형마트 고객이 식자재 마트와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피해와 소비자 불편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으로 규제를 강화하자는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조 교수는 “백화점은 명품족,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한다”며 “전통시장과 교집합이 없는데 규제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통산업 규제 변화. /그래픽=김은옥 기자
10년 전 패러다임 바꿔야… 규제 완화론
전문가들은 오히려 현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대형마트 규제 효과가 불분명하고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되는 만큼 규제의 타당성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년 전 대형마트가 잘나가던 시절에 채워진 규제의 족쇄를 이제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유통법이 만들어진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이커머스는 새벽배송을 서비스하는데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에 발목이 묶여 온라인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 교수는 “유통법은 10년 전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규제다. 완전히 재검토하지 않으면 시대를 역행하게 될 것”이라며 “유통법이 올해로 10년이고 일몰제가 끝나는 만큼 연장해선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조 교수는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정부가 ‘동행세일’을 여는 등 소비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유통 채널을 막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났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한시적으로라도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조 교수는 일부 출점 규제는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등이 포화상태인 업종의 경우 자영업자끼리 경쟁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유통업체-소상공인 상생 가능성은?
정치권이 유통 규제를 강화하려는 명분은 골목상권 활성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통업체 규제를 통한 간접적인 골목상권 살리기보다 전통시장,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이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소상공인을 위한 소득지원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일정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달에 부족한 금액만큼 경영지원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원기간은 2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사업에 실패할 경우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전통시장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시장의 방문객을 늘려야 한다”며 “지자체별로 전통시장 관련 예산을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주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이벤트나 마케팅, 공공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있는 ‘메르카도 다 히베이라’의 경우 2000년대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주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젊은 분위기의 푸드코트와 술집을 만들어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역사·문화·특산물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한 특성화 시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안 교수는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를 규제했더니 식자재 마트라는 경쟁자가 생겼다”며 “언제까지 정부가 나서 전통시장을 보호할 순 없다. 시장 수요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