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월 취임 후 첫 대정부질문에서 부동산 대책, 고(故) 박원순 시장 성폭력 의혹 등 민감한 이슈들에 무리 없이 대응하면서 선방했다.
이낙연 전 총리처럼 반짝이는 언변으로 야당 의원을 난처하게 만드는 '사이다'는 없었지만, 높은 국정운영 이해도를 바탕으로 정권 후반기 총리로서 안정감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총리는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7월 임시회 대정부질문에서 야권의 공세에 잘못은 인정·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책 현안이나 근거가 부족한 의혹 제기에는 소신을 적극 피력했다.
첫날 정치 분야 질의에서는 가장 민감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박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에 대해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진원지가 경찰이나 정부라면 책임이 따를 일"이라는 단호한 입장으로 야권의 공세를 차단했다.
민주당이 띄우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서는 '국민 지지가 중요하다'는 신중론을 펴면서도, 민심수습용이라는 야당 비판에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는 서병수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서 "행정수도 문제는 2002년 대선부터, 거의 20년 전부터 민주당이 소중하게 추진해온 정책이다. 언제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정당의 판단"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서 의원이 "민심이 흔들릴 때마다 천도했던 왕조시대가 생각난다. 문재인 정부는 절대군주 시대의 독재로 가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하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재 옆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맞섰다.
전날(23일) 부동산 문제에 집중된 경제 분야 질의에서는 혼란 수습에 주력했다. 우선 정 총리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대책의 하나로 계속 거론된 육군사관학교 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히 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론에도 "부동산 문제 정상화·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자 한다"며 선을 그었다.
정책 현안에서는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여야가 최근 데이터 축적·관리를 전담할 기관으로 '데이터청'을 설립하자고 주장한는 가운데, 정 총리는 "현실적으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부나 청을 만들려면 조직개편을 해야 하지 않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한 부를 구성하기에는 일이 부족하다고 보고, 청은 독자적으로 일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근거를 댔다.
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으로 1600명이 실직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질의하자 "당연히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한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기업의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을 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사흘간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정 총리는 이날 곽상도 미래통합당과의 질의에서는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곽 의원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특정 기업이 알고 지난해 9월 서초구 내곡동 그린벨트 부지를 매입했다는 의혹, 문재인 대통령의 처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성남시 그린벨트 부지를 매입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봤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조사할 생각이 없냐'고 거듭 질의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제가 여기에 답변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고, 곽 의원이 '답변하러 나오셨지 않나'라고 하자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이 자리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라고 일갈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관련한 실수는 아쉬운 장면으로 꼽힌다. 정 총리는 지난 22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와 관련해 야당에서 위헌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질문하자 "두 분 의원이 각각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아는데 한 분에 대해서는 헌재가 이미 합헌이라고 회신했고, 다른 한 의원의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곧 답변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헌재 결정 전에 헌재와 사전에 교류하고 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이후 정 총리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 질의에 별도 발언을 요청해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그는 "착각으로 답변을 잘못한 부분이 있어 바로잡고자 한다"며 "헌재가 합헌 의견으로 회신한 것이 아니라 심리 중이다. 한 분은 헌재가 결정한 것으로 답변했는데, 국무조정실에서 헌재에 합헌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바로잡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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