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유경선 기자,정윤미 기자 =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의 매서운 송곳 검증으로 '공격수'로 활약했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인사청문회 대상자로 섰다.
일각에선 '공수가 바뀌었다'는 관측 속에 박 후보자의 달라진 모습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실제 무대에 서자 의원 시절 못지 않은 노련함으로 야당의 공세를 받아쳐 '역시 정치9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학력위조 의혹과 대북송금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오히려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자료 미제출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박 후보자는 단국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며 성적표 원본을 제출하라는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요구에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것은 대학이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며 "일생 공부 잘한 것도 아니고 3~4년 재수해서 학교 갔는데 성적 공개 의무가 없고 학교 측과 본인이 공개를 원치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이 있으니 공개 안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박 후보자는 하 의원이 계속해 자신의 학력위조 의혹을 주장하자 "질문을 질문답게 해야지"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1965년 당시 교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한 학점 문제 지적에는 "55년 전(1965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다"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 21세기의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오히려 그는 성적표를 문제 삼는 하 의원을 향해 "(나는) 떳떳해요. 왜 떳떳하지 않다고 추궁하냐"고 반문했다.
박 후보자는 이후 공개 청문회 내내 야당의 공세가 무색할 정도로 노련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주호영 통합당 의원이 국내 정치 개입으로 사법 처리 된 역대 국정원장을 거론하자 "저는 그렇게 안 될랍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임명하지 않았겠냐"고 답했다. 또 주 의원이 과거 불법 대북송금으로 옥고를 치른 자신의 전과를 근거로 우려를 표하자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내가 아는 걸 어떻게 북한에 보고하겠냐"라며 "우려가 있다고 내통이라고 몰아붙이면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대북송금 및 주적 문제를 가지고도 주 의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박 후보자는 주 의원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25억달러 투자·차관 및 5억달러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비밀 합의서'의 사본을 공개하며 진위를 추궁하자 "그거 조작입니다"라며 "(사실이라면) 제 인생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했다.
"북한이 주적이냐"는 주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는 "주적이라니까 왜 자꾸 그러냐"며 "100번 소리 지를까요 여기서. 광화문 나가서 할까요"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자는 자신의 자서전 내용과 학력사항이 다르다는 조태용 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삼라만상을 거기(자서전)에 다 쓰진 않는다"고 받아치는 한편, "가혹한 질문을 해도 이해해달라"는 이철규 통합당 의원의 당부에는 "가혹하게 좀 하지 마라. 잘 아는 사이에 뭐"라고 농담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18분쯤 공개 청문회를 마치고 비공개로 전환해 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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