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젊은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이 RB라이프치히를 이끌고 유럽 정상에 도전한다. /사진=로이터
율리안 나겔스만 RB라이프치히 감독이 또 하나의 기적을 썼다.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라이프치히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지난 2009년 창단 이후 불과 11년 만에 유럽의 가장 큰 대회에서 최종 4개 팀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여러 주역이 있다. 최후방을 든든히 책임진 골키퍼 피터 굴라시를 필두로 젊은 수비수 루카스 클로스터만과 다요 우파메카노, 중원의 핵심 마르셀 자비처, 구단 역대 최다득점(95골)의 주인공인 티모 베르너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도 이번 시즌 나겔스만 감독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호날두·메시보다 어리다… 젊은 감독이 걸어온 길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역시 나이다. 1987년생인 나겔스만은 유럽축구계를 통틀어 젊은 축에 속한다. 유럽축구 '지도자'들을 통틀어서가 아니라 선수들까지 포함했을 때 이야기다.


현시점 세계 최고 공격수로 손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1985년생)는 물론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1987년 6월)도 나겔스만 감독보다 나이가 많다. 나겔스만 감독은 1987년 7월생이다. 세르히오 라모스, 마누엘 노이어, 다비드 실바(이상 1986년생)보다 어린 감독이 탄생한 지 갓 10년을 넘은 구단을 이끌고 유럽 최정상을 노리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이미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2008년 짧았던 현역 생활을 마친 나겔스만 감독은 4년 뒤 독일 분데스리가 1899 호펜하임의 코치로 지도자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19세 이하 팀을 맡아 분데스리가 유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일찌감치 유망주들을 활용하는 능력을 뽐냈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지난 2016년 1899 호펜하임 1군 감독에 부임한 뒤 구단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사진=로이터
나겔스만 감독은 2016-2017년 호펜하임 1군 감독으로 승격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9세였다. '지나치게' 젊었던 감독은 부임 시즌 호펜하임을 리그 4위로 이끈 데 이어 이듬 시즌에는 한단계 올라선 3위로 분데스리가 시즌을 마감했다. 2018-2019시즌에는 분데스리가 최연소 100경기 출전 감독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아올렸다. 빅클럽들의 관심이 따라붙은 건 당연했다. 한때 뮌헨 부임설이 돌기도 했지만 나겔스만의 행선지는 라이프치히였다.
라이프치히는 2009년 세계적인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이 인수한 이래 줄곧 발전대로를 걸어왔다. 2016년 분데스리가 승격에 성공했고 승격 첫해 분데스리가 2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진 시즌에는 6위로 떨어졌지만 2018-2019시즌 다시 3위에 오르며 저력을 입증했다. 모기업의 이미지답게 선수단 대부분을 20대 초중반으로 구성하며 역동적이고 빠른 축구를 내세웠다.

나겔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은 여기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백4를 주로 쓰는 나겔스만 감독은 경우에 따라 백3도 자유자제로 내세운다. 단단한 수비를 뒤에 세운 채 전방에 빠른 발과 정확한 킥력을 갖춘 선수들을 배치해 역습에 특화시켰다. 이같은 주요 전술은 리그 최소실점 2위(37실점)와 최다득점 3위(81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같은 속도전은 라이프치히가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전통의 강호들과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밑바탕이 됐다.


무리뉴 아성에 도전하는 나겔스만… 깜짝 우승 달성할까
율리안 나겔스만 RB라이프치히 감독과 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오른쪽부터)이 지난 2월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가 끝난 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나겔스만 감독의 모습은 상당부분 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나겔스만처럼 무리뉴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감독직을 맡아 UEFA 유로파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3개 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우승 등 역사적인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비록 최근 연이어 실패를 맛봤지만 이번 시즌에도 도중에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뒤 구단의 유로파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나겔스만과 무리뉴는 상당한 공통점을 가졌다. 현역 시절 커리어가 극히 짧다는 점, 이른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 짧은 기간 큰 임팩트를 남겼다는 점,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주 전술로 쓴다는 점 등이다. 트로피 개수로만 따지면 무리뉴 감독이 압도적이나 나겔스만 감독이 아직 30대 초반인 점을 미뤄보면 동나이대에 더 큰 결과를 남길 여지도 충분하다.

2000년대 초반 무리뉴 감독의 등장은 유럽축구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30대에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자의와 상관없이 무리뉴를 비교대상으로 두게 됐다.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등 '제2의 무리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많은 젊은 감독들이 기대를 받았으나 이후 과정은 신통찮았다.

나겔스만 역시 이같은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호펜하임 유스팀 감독 시절 나겔스만은 과거 독일 대표팀 골키퍼였던 팀 비제로부터 '작은 무리뉴'라는 찬사를 들었다. 자칫 또다른 '무리뉴 짝퉁'이 될 수 있었지만 현재까지 나겔스만의 행보는 이같은 비교를 거부하는 무언의 시위와 같다.

공교롭게도 나겔스만 감독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그 무리뉴가 이끄는 토트넘을 만나 합산스코어 4-1로 격파했다. 나겔스만이 무리뉴의 팀을 이기는 모습은 15년 가까이 유럽축구의 명장으로 군림했던 한 감독이 자신을 쏙 닮은 젊은 감독에게 자리를 내주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라이프치히와 유럽축구사의 새 역사를 쓴 현재, 나겔스만이 마치 2004년 FC 포르투 시절의 무리뉴처럼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까.

많은 팬들이 젊은 니겔스만 감독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