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을 UCL 결승으로 이끈 그나브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해외축구 팬들 사이에는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것이 바이에른 뮌헨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만한 찬사가 없다. 이런저런 우려에도 항상 확실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클럽 뮌헨의 강함을 일컫는 이야기인데, 이번에도 그들을 향한 걱정은 불필요했다.
독일 축구의 간판 바이에른 뮌헨이 20일 오전(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조제 알발라드에서 펼쳐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3-0으로 승리했다.

2012-13시즌 우승 이후 7시즌 만에 결승에 오른 뮌헨은 통산 6번째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회를 잡았다.


뮌헨은 자타가 공인하는 독일 축구의 간판클럽이자 분데스리가의 상징과 같은 팀이다. 2019-20시즌 우승으로 정규리그 8연패이자 통산 30번째 리그 정상에 섰다. 근래에는 지는 법을 잊은 듯한 행보다. 지난해 12월7일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 1-2로 졌던 것이 바이에른 뮌헨의 가장 최근 패배다.

챔피언스리그 성적도 압도적이다. 뮌헨은 올 시즌 치른 UCL 9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결승까지 올랐다. 39골을 넣고 실점은 8개, 내용도 완벽했다. 토너먼트에 돌입 이후로는 더 무섭다. 첼시(잉글랜드)와의 16강은 1, 2차전 합계 스코어 7-1으로 승리했고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와의 8강전 단판전에서는 8-2라는 믿을 수 없는 압승을 거뒀다.

그랬던 뮌헨이 결승 진출 길목에서 다소 불안함을 보였다. 16강에서 호날두가 이끄는 세리에A 챔프 유벤투스를 제압하고 8강서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를 좌절시킨 리옹의 돌풍이 뮌헨 앞에서도 유효한 분위기였다. 적어도 경기 초반에는 그랬다.


킥오프와 함께 흐름을 주도한 쪽은 리옹이었다. 전반 4분 데파이의 단독찬스에 이은 슈팅이 옆 그물을 때렸고 16분에 나온 에캄비의 보다 결정적 기회 때는 골대를 때리는 슈팅도 나왔다.

리옹은 거침없었고 뮌헨이 그 기세에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이러다 또 한 번의 이변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칠 때, 그나브리가 뮌헨 팬들을 향해 '걱정하지 마'라고 외쳤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그나브리의 왼발이었다. 전반 18분 그나브리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중앙으로 계속 이동하다가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리옹 골망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쫓아왔던 수비수가 3명이었고 시야에 걸려 있던 이들까지 합치면 5~6명이 방해를 했는데 흔들림 없이 완벽한 개인전술을 선보였다.

상승세를 타던 리옹은 그나브리 득점 후 주춤 거렸고 다소 허둥거렸던 뮌헨은 안정을 찾았다. 리옹의 역습은 날카로움이 떨어졌고 뮌헨은 점점 뮌헨다운 축구를 구사했다. 그리고 전반 33분 뮌헨의 추가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그나브리였다.

그나브리가 박스 정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공을 내줬고 페리시치가 낮게 문전으로 크로스를 투입했다. 레반도프스키의 빗맞은 슈팅은 골키퍼가 엉겁결에 막아냈으나 그나브리가 다시 밀어 넣어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그나브리는 전반 37분에도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레반도프스키의 앞에 배달시킬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뮌헨다움을 깨워냈다.

경기마다 소위 '분수령'이라는 게 있는데 이날 경기는 그나브리의 득점이 결정타였다. 리옹의 초반 기세는 상당히 무서웠고 만약 그때 골이 터졌다면 뮌헨도 고전할 수 있었다. 그 위기에서 그나브리의 득점이 없었다면 뮌헨도 희생양이 될 수 있었다. 종료 3분 전 레반도프스키의 추가골이 터지기 전까지 뮌헨의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그나브리의 전반 멀티골은 더 빛났다.

그나브리는 후반 30분 쿠티뉴와 교체돼 필드를 빠져나왔다. 만약 정상적으로 팬들이 가득차 있는 스타디움에서의 경기였다면 기립박수가 아깝지 않을 활약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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