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이변 없이 당권을 잡은 이낙연 신임 대표는 단순한 '관리형' 당 대표가 아니다.
당 대표 출마 선언 전부터 임기 완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만큼 이 대표는 여전히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다.
대권-당권 분리를 명시한 당헌·당규를 고려했을 때 임기가 7개월 남짓뿐인 이 대표는 대권 레이스의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과 이 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2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놓고 벌였던 미묘한 신경전은 차기 대선레이스를 염두에 둔 상호 견제가 사실상 시작이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전국민 100% 지급"을 주장하는 반면 이 대표는 '선별 지급'이라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은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지만 지급 대상을 두고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라며 "올봄 재난지원금(1차)과 상황이 다르다. 올봄에는 기존 예산의 씀씀이를 바꿔서 드린 것이라면 지금은 완전히 (예산이) 바닥이 났다.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태라 곳간 지키기도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른바 '선별 지급론'을 비판하며 전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나눠 줘도 재정건전성엔 타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난 26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30만원씩을 주면 15조원 수준으로, 0.8%포인트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며 "전 국민에게 30만원씩을 준다고 무슨 나라가 망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강한 어휘 등을 쓰지 않는 이 대표와 직설적인 화법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지사의 차이점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대권 주자임에도 지역구 의원으로서 역할이 한정됐던 이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그간 행보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신중한 입'을 지켜온 이 대표가 민감한 사안마다 말을 아끼면서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2인자이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 (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대표는 당시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때 국난극복에 집중하려는데 기자들이 국난극복은 묻지 않고 전당대회 내용만 묻더라"며 "전당대회 조기 과열을 우려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 직책도 없는 제가 앞서 나가는 것은 안 좋다 싶어 말을 아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답답하게 느꼈다"며 "그것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오랜 태도 때문이고, 대표가 되면 할 일, 할 말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당 대표가 됐을 땐 청와대, 정부 등과 논의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 여당 대표로서 내야할 목소리는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민감한 사안마다 일주일에 3번(월·수·금) 아침에 열리는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부터 강경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지사가 그간 당을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것도 앞으로 이 대표와 대결이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당은 조폭이나 군대도 아니고 특정인의 소유도 아니다"라며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소유물도 아니며 국민의 것이자 당원의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누군인지 명시하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재난지원 대상·시기·금액 등을 놓고 청와대 및 더불어민주당 주류와 다른 입장을 내놓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해찬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여론을 더욱 세심히 살피면서 발언을 하게 될 테지만, 여전히 지자체장 신분인 이 지사는 모든 발언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상대적으로 책임도 덜하다"며 "(이 지사의) 당에 대한 조언이나 비판은 자연스레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도 "이슈 선점이 탁월한 이 지사가 치고 나갈 때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 대표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면 (이 대표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매일 아침 언론을 마주해야 하는 이 대표으로서는 절체절명의 7개월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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