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얼마 전 추석 연휴에 30만명이 제주도를 찾았다는 보도가 화제를 모은 적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귀성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권고도 불구하고, 염치 없이 여행을 떠난다는 비판 의견이 많았다. 일일 확진자가 세 자릿수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제 10월이지만 기자는 올해 연차의 반도 못썼다. 코로나19 시국에 휴가 계획을 계속 미루다보니 어느덧 연말이 됐다. 제주도 관련 보도를 보며 든 솔직한 생각은 '나도 휴가 써야 하는데…'였다. 그래서 황금 연휴를 이용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편으론 이해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위험한 시기에 제주도를 찾을까 하고 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여행을 떠난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보도와 개인 블로그 내용을 종합하면, 이 명예교수는 요트를 구입한 뒤 미 동부 해안을 항해하기 위해 이번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블로그를 읽다보면 그가 이번 여행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이 높아 국가적으로 고강도 방역에 나서면서 국민에게 이동자제를 호소하는 시점에서 현직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외유성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일반 국민들은 이번 추석 연휴 정부의 이동자제 호소에 따라 자녀·손주가 보고 싶어도 참았는데 말이다.
현재 외교부는 전세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전 국가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 국민들을 상대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이러한 여행주의보를 내린 주무장관이다. 하지만 이 명예교수는 이러한 정부 권고를 무시했다. 평소에도 외교부는 'K-방역' 홍보에 앞장서 왔는데, 정작 장관의 배우자가 예외 사례가 돼버린 것이다.
이렇다보니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 K-방역에 대한 신뢰감을 깼고, 고위공직자 가족의 일탈은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장관 배우자가 대놓고 방역 지침을 무시한 이율배반적 모습에 실망감이 크다.
제주도로 떠난 30만명과 이일병 명예교수는 모두 정부 권고를 어기고 여행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 시국에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현직 장관의 배우자인 이 명예교수는 30만명보다 더 큰 책임감과 준법정신이 필요했다.
대통령의 장관 임명식에는 통상 대상자의 배우자까지 참석한다. 부부는 한몸이라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명예교수도 3년 전 청와대에서 열린 강 장관 임명식에 참석했다.
이 명예교수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일병씨의 행복여행'이다. 개인의 행복 추구와 방역지침 준수는 반대되는 말이 아니다. 그가 고위공직자의 배우자로서, 국민에게 모범이 되는 처신을 하긴커녕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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