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낙태(임신중단) 허용 범위를 확대하되 낙태죄 자체는 존치하기로 한 정부의 입법예고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진보성향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낙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이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박 의원은 "법무부가 어제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현행 낙태죄 조항을 그대로 두고 허용요건 조항만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중단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임산부와 의사 모두를 범죄자로 처벌하도록 하는 현행 낙태죄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는 낙태의 비범죄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의 권고를 전부 무시한 것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입법예고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며,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일정조건 하에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임신 25주부터는 낙태시 종전과 같이 처벌받는다. 이번 법률 개정 작업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조항을 개선했다고 봤지만, '낙태죄 전면 폐지'를 바랐던 여성계에서는 즉각 반발이 일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퇴행이란 지적도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10.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민주당에서는 박 의원에 앞서 권인숙 의원이 전날 정부안에 반대하며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 의사를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은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더 이상 국회는 침묵하지 않고 임신중단 여성에 대한 처벌과 통제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도 이날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가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이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이 '낙태죄 개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이 크게 작용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시민의 건강권 보장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처벌과 낙인에 앞장서는 청와대에 참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안은) 오랜 시간 동안 낙태죄 폐지를 외쳐왔던 국민들과 여성들의 염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의 신념에 따른 낙태 진료거부를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를 허용한 이탈리아 여성들이 해외로 '낙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을 언급하며 "특히 보수적인 대한민국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인공 임신중지 의사 진료거부권의 부작용은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 입법예고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회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전면 폐지에 비판적인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 등의 반대는 넘어야 할 산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이정미 당시 정의당 의원이 '낙태죄 삭제'를 골자로 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인 이한본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논의를 해서 정말 정상적인 방법으로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 또 형벌이 아닌 방법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법률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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