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소리도 없이' 유아인 유재명이 배우로서 서로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자랑했다. 두 사람의 연기 시너지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 아이러니한 상황을 영화로 풀어낸, 새로운 범죄극 '소리도 없이'를 완성했다. 유아인은 "존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감사했다"고 말했고, 유재명은 "작업하는 내내 우리 잘 맞는다 하는 만족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12일 오전 유튜브에서는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언론시사회가 생중계됐다. 이날 자리에는 홍의정 감독을 비롯해 유아인 유재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리도 없이'는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범죄 생활을 그린 영화로, 유아인 유재명이 출연한다.
유아인은 극 중 어떤 연유인지 말을 하지 않으며 범죄 조직의 뒤처리일로 근근이 살아가는 태인 역을, 유재명은 극 중 태인과 함께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인 창복 역을 각각 맡았다.
지난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소리도 없이'는 인간의 선과 악이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과정을 태인과 창복 초희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유아인이 제작보고회 당시부터 "시나리오가 쇼킹했다"고 했던 말로 기대감을 높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유아인은 대사를 한마디도 하지 않는 캐릭터, 삭발과 체중을 증량한 비주얼 등 다양한 도전에 나섰다. 유아인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태인의 감정 변화를 표정과 눈빛, 몸짓만으로 표현해 내며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는 유아인은 물론, 홍의정 감독에게도 대사가 없는 주인공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도전이었다.
이번 도전과 관련해 유아인은 "대사가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더 과장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되레 그런 부분을 지양, 경계하면서 대사가 없다는 부담이 연기에 반영되지 않도록 그 노력을 촬영 내내 했던 것 같다"며 "홍의정 감독님과 유재명 선배님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이분들을 계속 파헤치고 들여다 보며 더 깊은 신뢰를 쌓기 위한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캐릭터로서 더 나아가고 싶었던 지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나아간다는 말이 너무 어려운 말이긴 한데 의지적으로 시나리오에 표현된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던 것 같다"며 "배우로서 도전적인 인물을 맡으면서, 또 도전이 필요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각 작품에 임하게 되는 이유가 돼주는 것 같다. '인물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날 어디까지 열 것인가, 유연하게 현장에 놓아줄 것이냐' 하는 고민들이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유재명도 '소리도 없이'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저 역시도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극중에 제 20년지기 친구가 같이 출연하는데 전화로 얘길 나눈 게 기억이 난다. 너무 좋은 시나리오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며 "많은 작품을 했었는데 단연코 행복감을 주는 유일한 작품인 것 같다. 창복을 하게 된 이유라기 보다 이 작품의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이 행복했던 것 같다"고 애정을 보였다.
유아인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유재명은 "유아인 배우와 처음 작업하게 됐고 실제 얼굴 뵌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 뒤 "저는 유아인 이름이 본명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개인적인 건 잘 몰랐다"며 "작품을 하는 유아인이라는 배우라는 어떤 이미지 보다 아이콘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께 작업해보니까 어떤 배우보다 더 열심히 분석하고 준비하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에 놀랐었다"며 "저는 작업을 너무 성스럽게 대하는 게 있는데 즐기고 마음껏 표현하고 소통하고 부럽기도 했었다. 호흡은 잘 맞았다. 특별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작업하는 내내 우리 잘 맞는다 하는 만족감이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자 유아인도 "저는 존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의지되고 감사함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연기하면서 드릴 게 없어서 죄송스러웠지만 던져주시는 것들, 그리고 존재하면서 가져갈 수밖에 없는 호흡에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유아인은 "그래서 그 인물이 될 수 있었고, 느낌에 있어서 감정적 불순물 같은 게 없었다고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그 상태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영광이고 큰 기쁨"이라고 화답했다.
홍의정 감독은 장편 데뷔작에서 유아인 유재명과 함께 작업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두분께 죄송하다. 초보 연출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너그럽게 다 받아주셔서 어려운 부탁도, 이상한 부탁도 다 드릴 수 있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초보이기 때문에 경력 높으신 분들에게 칭찬을 드린다거나 누구를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긍정적인 표현 못해드린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또 극 중 태인과 창복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홍 감독은 "두 사람은 언뜻 보면 아버지와 아들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세대 간의 갭을 보여주고 싶어서 선후배 관계로 표현했다"며 "또 관계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창복은 자신이 태인보다 몇 년 더 살면서 깨달은 정보들이 인생의 진리인 것처럼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복은 그 말에 오류가 많아도 후배를 아끼는 마음으로 그걸 전달해준다. 그 정보 내용을 보면 옳은 말이지만 쓸데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계에서 오는 이런 아이러니가 생겼으면 좋게다 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창복은 자신에게 아주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말을 소중하게 말해주는데 태인이 처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아이러니가 있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은 선과 악이 모호한 태인과 같은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극 중 태인이라는 인물과 작품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실제로 제가 범죄를 저지르며 살진 않지만 내가 선하다고 믿는 행동이, 선한 행위의 끝이 선한 것인가, 혹은 악하다고 주입돼 있는 정보들이 온전히 그 자체로 진리인 것인가 그런 생각했을 때 이 시대 살면서 가져갈 수밖에 없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는 고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리의식과 가치관, 법률, 신념 옳고 그름 따위가 존재하는가 그것을 너무 쉽게 나누고 있지 않은가, 혹은 함부로 표면적으로 대하고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등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을 상당히 영화적으로 간결하게 편안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고 마력인 것 같다"고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영화도 배우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것과 닿아있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라며 "이 시대에 필요한 생각과 고민 시선을 뒤틀리지 않게 편안하게 관통하면서 나아가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또 유아인은 "과거에는 보다 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 풀어낼 수 있는 인물에 끌렸다. 그런 희망이 좀 더 필요했던 것 같다"며 "매순간 시기와 끌림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고 그것이 작품 선택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태인처럼 사실 모호하다 해야 할까 쉬운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인물들이 주는 매력이 아주 큰 것 같다"며 "제가 선악이 모호하게 공존하는 배우라서가 아니라 작품이 다루는 게 이런 것 같다. 선악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배우이기 때문이 아니라 저는 그런 것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살아온 것 같다. 세상이 뭔지도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으니까"라고 밝혔다.
극 중 달걀과 닭에 대한 비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홍 감독은 "달걀 속 모습이 인간이 태아 되기 전 모습과 비슷해서 구분이 불가하다는 얘길 들었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생존하는 사람의 이야기 쓰려다 보니까 달걀 속 모습을 생각하면서 '어쩌면 나도 내가 닭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닭이라는 소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초희가 태인과 창복에게 납치가 됐음에도 화목한 순간을 보였던 것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홍 감독은 "저렇게 화목한 상황이 나오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로 잠이 들수 있는 상황 발생하는 것처럼 아이 캐릭터이기 때문에 아이라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생각했다"며 "태인과 창복은 초희가 생존을 위해서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고 유일하게 초희를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을 돕거나 방향을 틀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해서 그렇게 그려냈다"고 전했다.
아역배우 문승아와의 호흡에 대해 유아인은 "어렵지 않고 편했다. 건강한 영혼의 소유자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정화되는 기분 느끼기도 했다. 그 친구의 연기와 표현이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을 보면서 반성하기도 했다"며 "깨끗하고 순수한 표현을 하는 친구들이고 존재만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 주는 친구들이라 많이 배우면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호흡이 얼마나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큰 숙제였는데 가공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한 친구들"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끝으로 홍 감독은 "코로나19 시기에 극장에서 개봉하게 돼서 감사하다"며 "안전하게 무장하시고 극장 와주셔서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아인도 "어려운 시기에 영화를 놓고 모든 분들이 곤란하고 어려운 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좋은 것들이 살아남고 나쁜 것들이 사라져야 하는 세상이지만 쉽지 않다. 이 영화를 보시고 세상 사람들에게 여러분들의 목소리로 더 잘 전달해주시면 더 힘을 내서 저희도 앞으로도 좋은 순간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한편 '소리도 없이'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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