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고아성(28)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오지랖 넓고 명랑한 캐릭터 이자영으로 돌아왔다.
아역부터 시작해 영화 '괴물' '설국열차' '오피스'와 드라마 '공부의 신' '풍문으로 들었소' '라이프 온 마스' 등 주체적이고 인상깊은 역할을 맡아온 고아성은 '지난해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런 고아성이 이번에 택한 작품은 밝고 명랑한 이야기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1990년대 당시 차별받던 고졸 여성 사원의 모습과 함께, 이들이 정의를 좇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주연 고아성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날 고아성은 '항거' 이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밝은 영화를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다"며 "'항거'를 하고 뿌듯함도 있었지만,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는데 마침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제목부터 독특한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제가 원하던 캐릭터와 영화 톤이더라"고 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보니까 영화가 가진 매력이 밝고 명랑한 게 전부가 아니더라. 진중한 메시지도 있고 삶에 대한 태도를 봤다"고 밝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고아성, 이솜, 박혜수 등 여성 배우 세 명이 뭉쳐 극을 이끌어 나간다. 이 영화를 비롯해 최근 여성 주연의 영화가 연이어 나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체감을 했는데, 3~4년 전에 여성이 무의미하게 나오는 영화가 많았는데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이제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불만은 못할 것 같은데, 많은 제작사분들이나 관계자분들이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제 역할은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래서 이번 영화할 때도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주체적인 캐릭터를 맡아온 고아성은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제가 가진 바람이 여성이 선두에 서서 승리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진 않다"며 "제가 원하는 건 작품 속에서 유의미하게 그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꼭 출연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 목표를 항상 가지고 있고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자는 마음으로 영화에 임해왔고,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라고 털어놨다.
고아성은 실무 능력은 퍼펙트하나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삼진전자 생산관리 3부 사원 '이자영' 역으로 분한다. 자영은 폐수 무단방류 현장을 본 후, 회사가 덮으려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고아성의 단단한 눈빛은 이자영과 어우러져 정의로운 캐릭터를 밋밋하지 않게 만든다.
그는 "자영 캐릭터가 오지랖으로 대변되는 명랑한 캐릭터"라며 "사건이 먼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회사 비리를 목격하고 처음 추진력을 가지고 나아가기 때문에 캐릭터 진의를 위해서 캐릭터적인 연기보다는 끌고 가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다시 회사원으로 분했다. "오피스물 할 때 버릇이 사원증 소품을 가져오는 것인데 이번이 네 번째"라며 웃은 고아성은 "전 일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수행할 때, 그 사람이 가지는 뿌듯함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정말 인간의 아름다운 부분이라 생각하고 그게 이번 영화에서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자영이 고졸 사원임에도,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모습에 대해 고아성은 "분명 판타지적인 것이 있어서, 온전한 톤으로 가지 않으려 했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고민 끝에 실천하는 내용이지 않나"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고아성은 "극중 대사 중에 '이 사건을 참을 순 없는데, 그러기엔 너무 미미하다'는 내용의 대사가 있었는데, 그 마음이 느껴지길 바랐다"며 "불의를 만났을 때 난 너무 작은 사람이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내용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자영 옆에는 친구들, 조력자들도 많았다"고 강조했다.
영화 속 배경은 1995년도이다. 1992년생 고아성은 90년대 배경에서 고졸 여성 사원으로 분한 것에 대해 "제가 95년도에 대한 기억이 잘 없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옛날 화장을 완성하고 딱 거울을 보니 그 당시 회사 다니던 이모나, 숱하게 봤던 일하던 여성들의 단상이 떠올랐다"며 "그때 일하던 여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물론 우리 영화가 그렇게 진지하고 진중하게 다가서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실제 그 당시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 마음을 좀 가다듬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찍으면서 놀란 게 검사가 자영에게 '아가씨, 담배 좀 사다 줄래' 이렇게 말하는 장면에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또 "큰 사무실에 커피 타는 여직원들이 마주 보며 앉은 모습도 충격적이었다"며 "사무실 세트 디테일을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당시 최고의 대기업 사무실에서 찍다가 점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두운 을지로 공간으로 전환될 때 이입됐고 행복했다"고 했다.
고아성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이솜, 박혜수와 절친한 우정과 연대를 보여준다. 세 사람은 촬영 당시 합숙을 자처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제부터 합숙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웃다가, "지방 촬영을 하면서 셋이 다 같이 있다가 촬영이 끝나고 각자 숙소로 흩어지면 너무 심심하고 외롭워서 한 방에 모였는데, 꼭 제 방에서 모였다"고 했다. 이어 "셋 다 씻고 모여서 밤새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프로듀서 님께서 보시곤 방 하나를 줄테니 같이 자라고 해서 같이 합숙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솜언니는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연기하는 편이다"라며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대사가 없는 신에서도 만들어 오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혜수는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 제가 'K팝 스타'를 보고 팬이 됐을 때부터 궁금했던 지점을 이번에 같이 연기하고 현장을 겪으면서 실제로 정말 쿨한 사람이고 그 사람이 가진 담백함이 영화 연기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혜수가 맡은 보람 역할이 시나리오 볼 때부터 쉽지 않은 역할이지 않나. 전형적인 이과 여자인데 그 반대로 개인 스토리가 굉장히 감정적이라 어려운데, 그 부분들을 해내더라"고 칭찬했다.
아역부터 치열하게 배우 생활을 이어온 고아성은 "전 아역배우부터 일하면서 너무나 힘든 일은 없었던 것 같다"며 "그래도 힘든 점이 있다면, 자신에게 만족을 못 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고, 그 점은 아직 해결 못 하고 여전히 찾아 나가고 있다"고 되돌아봤다.
꾸준히 주체적이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맡아온 고아성은 자신의 이러한 이미지에 대해 "제가 정의로운 역할을 많이 하면서 내가 이런 역할을 맡을 정도로 정의로운가 의문도 들지만, 이미지를 위해서 그것을 뒤집을지 생각해보니 그렇게 하는 건 또 아닌 것 같더라"며 "사실 그 고민은 계속 진행 중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올해 29세로, 20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고아성은 "요즘 나이를 많이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엎어졌다며 "29세가 이런 것이구나, 일이 엎어질 때마다 아홉수가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말을 들었는데, 배우가 연기하기 좋은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세 살 어린 나이라고 하더라"며 "그 나이를 적당히 지나오고 한 3년 뒤에야 그 시기를 객관적으로 돌이킬 수 있다는 의미였고, 자기보다 더 나이 많은 연기를 하긴 어려우니까, 그 말을 듣고 맞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제 연기로 26살이 되어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고아성이 주연을 맡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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