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령 대통령에 오를 78세의 노정객은 “미국이 다시 전세계의 존경을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힘이 아닌 모범으로 세계를 이끌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워온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폐기를 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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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동맹국에 원하는 것━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정통 외교 전문가 바이든의 안보 철학은 ‘동맹과 함께할 때 더욱 강하다’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현직 대통령처럼 주한미군 철수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는 않겠다고 그는 이미 약속한 바 있다.그렇다고 그가 동맹국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소중한 피와 땀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라크 전쟁을 앞둔 2002년 10월10일 상원 원내 연설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독자 행동이 아닌 유엔을 통한 개입을 촉구하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은 필요하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단독으로 행동하면 사망자와 비용 및 전세계에서 발휘하는 영향력 면에서 훨씬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
자국 젊은이의 희생과 전쟁 비용을 비롯해 국제적 지위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에도 당시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영국 등 극소수 동맹국하고만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 재건 사업이 시작되자 우려했던 대로 거점 방어와 치안 유지를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도 바이든은 유럽 등 동맹국들의 힘을 빌리자고 앞장서 주장했다. “이라크에서 우린 2만5000명의 병력과 5500명의 경찰이 더 필요하다. 그 부담을 다른 나라와 함께 나눠야 한다. 신입 경찰 8만명을 훈련시키는 동안 시민을 위해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약탈을 멈추고 신호등을 작동시키며 살인과 성범죄를 조사할 수 있는 5500명의 유럽인 경찰과 헌병이 투입돼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에 대한 개인 감정을 거두고 그들에게 도움을 간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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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외교, 더욱 중요해진 이유━
미국 외교가의 전형적인 ‘동맹파’인 바이든은 미국의 50여개 동맹국 가운데 하나가 자신들로부터 멀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게 숙명의 패권 경쟁국인 중국 및 미국에 맞서 핵을 개발한 북한과 지척에 있는 국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2013년 12월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한 바이든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이 일갈했다.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게 좋은 베팅인 적이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하겠다.” 중국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박근혜정부에 날린 사실상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고 이후 미국의 압박 아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뒤따랐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의 경제를 흔들었던 ‘사드 배치’가 이뤄진 건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때지만 이를 밀어붙여 한국의 약속을 받아낸 건 오바마 행정부였다. 당시 부통령 바이든이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깊게 관여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지켜주기로 약속한 동맹이며 게다가 70년 전부터 함께 싸운 혈맹이라면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반(反)중국 연합체 성격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를 확장한 ‘쿼드 플러스’에 한국도 참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 압박의 강도가 사드 때만큼 세진 않다. 방위비 분담금을 4배로 올려 내라고 요구하면서 그런 것까지 강요하는 건 장사꾼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든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다. 중국 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 아베 내각이 주도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것이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또는 ‘아시아 회귀’ 정책도 중국 압박이란 목표에선 다르지 않았다. 향후 중국을 옥죄기 위한 구상에 동참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드 사태의 수난이 무조건 반복되리란 법은 없다. 바이든의 참모도 사드 사태로 한국이 겪은 일을 모를 리 없다.
미 대선은 끝났지만 우리의 게임은 지금부터다. 2016년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게이트’를 의식한 듯 바이든 캠프는 대선 중 외국 정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가 될 수도 있고 지렛대(레버리지)를 가진 핵심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의 대미 외교 역량을 시험할 진실의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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