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롱비치항에서 HMM이 하역을 하고 있다. /사진=HMM
국내 수출기업들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를 맞았지만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운 운임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물건을 나를 배를 구하지 못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부와 국적선사가 나서 매월 1척씩 배를 추가 투입하고 있지만 국제 물류 메커니즘을 통제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빈 컨테이너 31.8%↑… 초유의 물류대란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월 LA 롱비치항엔 8만6603개의 컨테이너가 하역했다. 이는 터미널 109년 역사 이래 최고 수치다. 지난해 10월 대비 17.2% 늘었고 전달보다도 14.5% 증가했다. 

해외로 되돌아가는 빈 컨테이너는 전년 동기 대비 31.8%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혔던 수출 물동량이 빠르게 회복되며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특수 수요도 늘며 '세계 공장' 중국에서 출발한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부산항의 썰렁한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가 터지자 국경 봉쇄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을 우려한 해운사들은 선복량(해운 운송 가능량)을 20∼30% 정도 줄였다. 최근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압박이 심해질 것을 우려한 중국 기업들이 미리 선박을 선점하자 부산항에선 배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수출 물류대란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은 수출 납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며 계약이 파기되거나 주문 취소 통보를 받고 있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은 배가 아닌 열차를 이용해 유럽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보내고 있다. 일부 기업은 급한대로 배편 대신 항공편으로 보내기도 하지만 이 경우 운임이 제품 가격보다 높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송 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초 홍콩~미국 노선 항공 화물 운임은 1kg당 7.07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는 5.69달러가 최고치였다.

배편 운임도 하늘을 찌른다. 아시아~미 서안 항로 운임은 1F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871달러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단기간에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적선을 월 1척 이상 추가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운임까지 통제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해운업계 사이에서도 선박 수급 불균형은 내년 3월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답답한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교역량과 선박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가 돼야 해결될 문제"라며 "외부 요인이기 때문에 무작정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7년 2월 파산한 한진해운의 영향도 있다며 문제 원인을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2015년 105만TEU에 달하던 국내 선사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46만TEU로 줄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재 77만TEU까지 회복 중이지만 이번 사태와 같은 급격한 수출물동량 증가에 대응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박민영 인하대 아태물류학과 교수는 "한진해운 파산은 정부의 큰 실책이었고 완전한 해운업의 회복은 힘들 것"이라며 "현재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선사들과 시장이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물류 메커니즘은 선사 주도로 옮겨갔고 내년 3~4월까지 미주노선 운임은 3000~4000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