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한 의류관리기기 ’LG 트롬 스타일러’. / 사진=LG전자
한국 가전업계가 거침없는 영역 확장에 나섰다. 기존에는 없던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하거나 발상의 전환을 통한 퍼플오션(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 개척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중견 가전업계까지 잇따라 혁신 대열에 합류하며 ‘가전 한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후발주자의 복제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전 시장 ‘퍼스트 무버’로

최근 가전업계의 키워드는 ‘소비자’다. 과거의 가전제품이 공급자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과시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 출시되는 가전들은 해당 제품이 소비자의 가치와 경험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철저히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분석해 삶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업계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맞춰 국내 가전업계도 소비자를 중심에 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선봉에 선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잇따라 새로운 가전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가전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 없거나 규모가 미미했던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어 소비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한편 포화상태에 이른 백색가전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LG전자는 ‘스타일러’를 통해 ‘의류관리기’라는 새로운 가전 영역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경험이 있다. 이후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LG 오브제’ ▲텃밭을 집안으로 옮긴 ‘식물재배기’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캡슐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가전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모인을 위한 치료용 의료기기 ‘LG 프라엘 메디헤어’를 선보여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도 ‘프로젝트 프리즘’을 통해 가전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제품 확대를 통해 관련 가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환으로 선보인 ‘비스포크 냉장고’와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등 ‘비스포크’ 시리즈는 취향과 생활환경에 따라 가전을 수백~수만가지의 디자인으로 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전이다. 국내에서는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8월부터 유럽시장에도 ‘프로젝트 프리즘’을 전개 중이다.
퍼플오션 개척에도 한창이다. 퍼플오션은 치열한 경쟁 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을 합친 용어다.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시장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인데 대표적인 것이 ‘펫가전’과 ‘뷰티가전’ 등이다. 중견 렌털가전업체인 ‘쿠쿠’는 펫가전 브랜드 ‘넬로’를 출시하고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교원웰스는 LED마스크를 서비스하고 있다. 웰스는 식물재배기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 중요

한국 가전이 신규 카테고리와 퍼플오션을 창출하면서 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후발주자가 잇따라 한국 제품을 복제하며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 특히 중국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제품을 선보이며 우려를 키운다.

일례로 중국 TCL의 경우 삼성의 ‘더 세로’ ’프레임’ TV 등과 동일한 콘셉트과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LG의 인스타뷰 냉장고나 트윈워시 세탁기 제품과 흡사하다. 이에 대해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너무 비슷한 제품이 많이 전시돼있는데 카피를 상당히 빨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술적 차별화를 빨리 하고 진입장벽도 치고 가야겠다”고 꼬집은 바 있다.

교원웰스의 식물재배기. / 사진=교월웰스
LG전자가 잇따라 유럽 가전 회사를 상대로 잇따라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승리를 이끌어낸 것도 이 같은 글로벌 경쟁업체의 카피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LG전자는 터키 가전업체인 ‘아르첼릭’과 자회사 ‘베코’ ‘그룬디히’를 상대로 양문형 냉장고에 채택한 독자 기술인 ‘도어 제빙’과 관련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아르첼릭이 LG전자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 양문형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베코와 그룬디히가 해당 제품을 독일·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는 유럽 곳곳에서 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6월 독일 법원으로부터 승소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아르첼릭과 소송전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프랑스·스페인 등에서 진행되던 특허침해 금지 청구 소송은 취하됐다. 세부적인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LG전자가 아르첼릭 등으로부터 자사의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사업적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았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면서 이를 따라 하려는 경쟁사들이 늘고 있다”며 “회사가 막대한 연구개발 인력과 시간 및 자금을 투자해 확보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