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상가 건물 계단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재건축과 관련해 조합장 측 조합원과 반대 측 조합원이 맞붙었다.
조합장 측 조합원인 A씨는 양측이 대치하던 장면을 자신의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손을 치는 바람에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현장에서 경비업무를 하던 조합장 측 정씨 또한 당시 상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고 있었다. 정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는데, 갑자기 반대 측 조합원인 B씨가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걸 목격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2층 조합 사무실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사무실로 따라 들어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며 실랑이를 벌였고, B씨는 A씨의 머리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B씨는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절도와 폭행 혐의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장두봉 판사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가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A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사람이 B씨라고 특정한 것이 유죄 판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B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했다. A씨의 휴대전화를 훔친 사실이 없고 머리를 손으로 잡아당긴 것은 A씨의 부당한 공격에 벗어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정씨가 촬영한 동영상을 다시 살폈다. 영상 속에는 여러명의 조합원들이 좁은 계단 복도에서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B씨가 휴대전화를 주워가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찍히진 않았다.
정씨는 영상에서 "잠깐만 핸드폰 떨어졌어, 핸드폰"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휴대전화 카메라가 찍는 곳은 A씨와 A씨가 가리키는 바닥 쪽이었다. 이후 A씨가 자신의 등 뒤로 지나가는 B씨를 갑자기 붙잡으면서 "내 핸드폰 내놔"라고 외치자 정씨는 그제야 B씨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A씨는 B씨를 절도범으로 의심하고 현장에서 붙잡아 신체와 소지품을 수색했는데도 B씨에게서 자신의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상황상 B씨가 A씨의 휴대전화를 재빠르게 주워 어딘가에 숨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아 보였다.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관용)는 원심을 파기하고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이 절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데는 B씨 측 지인이 정씨에게 "범행 목격에 관한 진술을 번복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점도 고려됐지만, 2심은 다르게 봤다.
2심 재판부는 "지인은 정씨에게 '참외 밭에서 구두 끈 맨다고 다 참외 훔치는 건 아니잖아. 그사람(B씨) 남의 것을 훔쳐갈 사람 아니라고'라고 했는데, 이를 제3자가 B씨의 범행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절도 혐의는 물론 폭행 혐의도 무죄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막연한 의심으로 B씨의 의사에 반해 신체와 소지품을 수색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며 "B씨가 A씨의 머리를 잡아당긴 것은 본능적인 방어심리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붙잡는 A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주문 낭독 직후 B씨는 "감사하다"며 소리 내어 울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검찰이 불복해 사건은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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