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좌석 앞에 붙이고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이준성 기자 =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디데이(D-day)'로 삼은 9일 국회 본회의장 안팎은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간 막바지 진통으로 온종일 혼란상을 빚었다.
전날(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부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지 못하게 막는 등 공수처법 총력 저지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이날 투쟁의 무대를 본회의장 밖으로 옮겨 항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부터 '민주주의 유린 공수처법 반대' 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단체로 구호를 외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본회의 개의 시간이 임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구에 대열을 만들고 서서 회의장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공수처법 독주를 항의했다.

이들은 특히 박주민·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지나갈 때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는 등 더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또 '친문유죄 반문유죄' '공수처법 아웃(out)'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국회파괴 입법농단 민주당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규탄 농성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서 평소처럼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본회의에 임했다.


본회의의 첫 의사진행발언도 '공수처'로 시작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에 상정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국회 절차를 지키지 않고 야당을 속여가며 일방적으로 상정된 법안이라 법사위에 재회부돼야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날치기로 일방적인 다수결 통과가 됐다"며 "역사는 반드시 민주당 의원들의 법치 파괴를 기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 16차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종민 민주당은 곧바로 이어진 의사진행발언에서 "핵심은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공수처 설치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것"이라며 "새로운 수사기구, 기소기구, 권력기구 출범을 환영할 민주주의자가 어디에 있겠느냐"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공수처는 추가 권력이 아니고 권력의 분산"이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여당이면 발뻗고 자고 야당이면 새우잠을 자던 역사가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한창 안건을 표결하던 중에도 생채기를 남겼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수처와 연관된 부수법안들이 표결 순서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다른 부수법안들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이후 표결되는 것으로 순서가 조정됐지만 4개 법안이 미처 조정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 중 격렬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표결하던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법 통과가 아직이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 법은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불법재산 등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사기관에 공수처를 추가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사건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체에 공수처장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투표 진행을 중지하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협의를 거쳐 '투표 불성립'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김 부의장은 "여야가 어렵게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를 열고 있는데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충분하게 협의하고, 의사일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최대한의 노력을 했어야 한다"며 "이렇게 본회의장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안이 상정되자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과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이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편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최대한 미루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한편 전원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원위원회는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서 법안 등 안건의 내용을 심사하는 제도다. 전원위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4분의1 이상이 요구할 때 열 수 있지만,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들의 동의를 얻으면 개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원위에서 합의가 도출되면 합의된 수정안을 표결에 부치게 된다. 전원위 합의가 불발돼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후 필리버스터가 바로 시작될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가 시작하기 전에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도 이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이 의혹을 언급하며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국회사무처가 "그런 사실이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 이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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