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유독 더 힘들었다는 자동차 업계.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전환기에 적극 대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영 위기를 맞거나 노사 갈등이 장기화돼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곳도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모습./사진=이미지투데이

해마다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자동차 업계.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독 더 힘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전세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탓에 자동차 업계도 희비가 엇갈렸다. 산업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전환기에 적극 대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영 위기를 맞거나 노사 갈등이 장기화돼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곳도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현주소다.
국내 완성차 5개 기업 수출량./그래픽=김민준 기자

울고 웃은 자동차 업계
무엇보다 수출길이 막힌 점이 국내 자동차업체를 괴롭혔다.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 완성차 5사의 해외 판매 실적은 171만4702대로 지난해 대비 21.9%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264만9687대의 해외 판매를 기록하며 20.9%나 줄었다. 기아차도 9.6% 감소한 187만5342대에 그쳤다. 한국지엠은 24만8035대로 전년 대비 20.3% 줄었다. 쌍용차는 1만7324대로 23.6%, 르노삼성은 1만9222대로 77%나 감소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수출 절벽에 내몰린 것이다.

이런 여파로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늘이 깊어졌다.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는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면 쌍용차의 최대주주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더 이상의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렵다고도 언급했다. 

연 3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쌍용차는 단 600억원(자기자본비율 8.02%)을 갚을 돈이 없어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상환 자금 부족으로 대출기관과 만기 연장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지난 3분기 매출은 70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6% 줄었다. 영업손실은 932억원으로 15분기 연속 적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쌍용차의 경우 차입금 상환이 매달 문제가 될 수 있다. 존폐 위기”라며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빠르게 투자처를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발 빠르게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현대기아차를 괴롭혀온 세타엔진 리콜 등 ‘품질 이슈’를 털고 가기 위해 리콜 충당금 4.3조원을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코나 전기차 화재와 중고차업계 진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 회장은 수정된 ‘현대차 2025전략’을 통해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발표했고 이에 맞춘 인사도 단행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수정된 현대차 2025 전략과 다이내믹스 인수 및 인사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수소·전기차와 더불어 도심형 항공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고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순위./그래픽=김민준 기자

글로벌 자동차 생산 첫 4위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올 들어 9월까지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6% 준 254만9202대였지만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4위로 도약했다. 지난해 멕시코와 독일에 뒤처지며 자동차 생산국 7위였던 한국이 1년 새 3계단이나 상승한 것.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주요국의 자동차 생산 실적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K-방역’에 힘입어 공장 가동이 안정화된 점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각종 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때아닌 황금기를 맞은 점도 생산량 유지에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완성차업체 5사(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한국지엠)의 국내 판매량은 147만397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만8327대)보다 6.2%나 늘었다.

지난해 한국보다 상위에 있던 독일(249만2772대)·인도(218만6222대)·멕시코(215만8896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들 국가의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많게는 40% 가까이 추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693만1933대를 생산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621만340대)과 일본(486만5061대) 순이다. 

이런 상황에 일부 업체는 ‘노조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1월 국내 자동차 생산은 32만44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1725대가 줄었다. 이 중 90%는 파업 곡절을 겪은 한국지엠과 기아차의 몫이었다.
제88회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 진열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사진=로이터

변화 주도해야 산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자동자 업계에 전환기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생산에서 ‘첫 4위’는 앞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 전반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친환경차다. 

자동차 수출량이 감소할 때 친환경차 판매는 오히려 성과를 거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세계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총 6664대로 이 중 현대차가 4917대를 기록하며 무려 73.8% 점유율을 기록했다. 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친환경차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에 한국산 친환경차의 약진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만 하더라도 내년부터 국내 시장의 전기차 매출 비중을 11%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세계 9대 자동차업체를 합한 것보다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내연기관차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를 개발해 앞으로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관련 전략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해 어려움을 겪은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 코란도 플랫폼을 공유한 준중형 전기 SUV 출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현대차도 내년부터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적용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다양한 신차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세단 이상의 크기를 갖춘 패밀리카가 없다”며 “이번 쌍용차와 현대차의 신형 전기차 출시가 시장과 업계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궁극의 미래차는 수소차와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전세계 각국이 수소전기차의 양산 모델을 개발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전소는 아직 원천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안다. 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