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식당, 손바닥 만한 가게에 생계를 기대야 하는 벌이마저 위협받고 빈약한 일자리까지 빼앗긴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도 상가 임대료는 결코 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다. 대출이자 등을 감당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임대인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은 이들에게서 나온다. 소득이라 부르기 민망할 벌이마저 끊긴 마당에 생계형 범죄의 유혹이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가난한 계층의 절도와 사기 등 '생활고형 범죄'도 증가했다. 식료품 가게에서 과자와 스팸 등을 훔치거나 배추밭에서 배추 몇포기를 슬쩍하다가 적발된 이들이 늘고 있다.
생활고 범죄 현황은 대검찰청이 발간한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1분기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40만4534건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가장 많이 증가한 게 사기·절도 등 재산범죄(11.3%·15만5718건)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고령층의 범죄도 늘었다. 반면 폭력범죄(0.5%)나 교통범죄(1.2%)는 같은 기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19일 SNS에 "굶주림으로 빵을 훔칠 수밖에 없는 '장발장'이 지금 우리 이웃이 되고 있다. '코로나 장발장'을 구제하기 위한 '집단지성'이 발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생계형 범죄의 해결책으로 푸드마켓 '장발장 코너'를 제안했다.
경기도는 때마침 12월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생계위기 대상자들을 위해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는 '먹거리 공간조성' 분야 ▲푸드마켓 내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복지시설 내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노숙인 시설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냉장고' ▲'경로식당 활용' 급식 지원 4개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긴급하게 먹거리와 생필품이 필요한 도민은 푸드마켓을 방문해 즉석빵, 음료수, 마스크, 위생용품 등 기부 물품 5종을 1회 우선 제공받을 수 있다. 이후 방문자가 동의하면 해당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명단을 통보해 추가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도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 하지만 배가 고파 범죄를 저지르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와 사회가 할 일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정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은 '복지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가 제정한 복지 법안만 90여개에 이른다. 1965년 3300만여명이던 미국 사회의 빈민은 2500만여명까지 줄었다. 그를 보면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은 틀렸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성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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