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터닝 포인트: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초기에 전 세계 기업들은 의무적인 원격 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2020년 6월이 되자 미국 노동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택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여성 직업인들이 이중 삼중의 의무를 지게 됐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여성들은 직장 업무, 가정 돌보기, 가사 등 여러 가지 일을 마치 곡예 타듯 아슬아슬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 이미 우리 중 너무나도 많다. 상황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다. 이에 관한 연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영컨설팅 업체 '매킨지앤드컴퍼니'와 여성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린인’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미국의 경기 악화로 인해 많은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들이 직장을 잃었다. 아직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직장 업무와 가사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준 구조가 깨졌다. 이를테면, 학교는 원격이나 하이브리드 방식의 수업으로 전환했고, 워킹맘들은 조교 역할을 하며 업무를 보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1/4은 직장 복귀를 미루거나 아예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여성들이 여러 해 동안 직장에서 성취해온 일들이 말짱 도루묵이 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여성들은 한때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다. 이들은 직장인이자 가정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그동안은 각각의 업무를 시간차를 두고 따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모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빗발치고 있다. 팟캐스트 ‘더 더블 시프트’의 진행자인 캐서린 골드스타인은 최근 "엄마들을 위한 인사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잘 지내냐고 묻는 대신 '오늘은 안 울었어?'라고 안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7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실직한 여성 세 명이 내가 공동 진행을 맡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일하는 여성들'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이들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털어놨다.
베로니카라는 여성은 2019년에 웹 디자이너에서 마사지 치료사로 전직해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때문에 일하던 스튜디오는 문을 닫게 됐고, 이제 웹디자인 일을 다시 알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만 했다.
에밀리의 이야기도 들었다. 에밀리는 오페라 가수지만 2020년 3월부터 소속사가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몇 달 동안 공연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직업 때문에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노래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수라고 할 수 있을까?"
일에서 자존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실존에 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사회학자인 알리야 하미드 라오 박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고용 또는 고용의 결여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본질적으로 나타내는 표식이 됐다."
우리가 새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그래도 희망적인 조짐은 보인다. 2020년 봄 한창 봉쇄조치가 시행 중일 때 미국 노동 인력의 절반 이상은 재택근무를 했다. 9월에는 33%의 사람들이 여전히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렇게 원격 근무체제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한 가지 장점은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스러운 출근길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주들은 업무 배치에서 더욱 큰 융통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만큼 우리가 더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 일해도 그만큼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이렇게 새로운 유연성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게 하는 과제를 남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야만 한다.
'이상적인 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오랜 경외심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은 제일 오랫동안 일하고, 항상 일할 수 있고, 다른 어떤 것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항상 책임을 다해야 했던 대부분의 여성 직업인에게는 사리에 어긋난 가치였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법과대학 산하 '워크라이프 로 센터(Center for WorkLife Law)'의 창립자인 조앤 윌리엄스는 올해 초 한 기고문에서 이상적인 노동자에 대한 개념은 과거의 유물인 '가부장-가정주부'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상적인 노동자' 개념이 오랫동안 여성 희생자들을 많이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일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가족과 살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했다. 그녀는 "만약 이상적인 노동자에 대한 구시대적인 관념을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다"라고 덧붙였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치가 공식적인 직업에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21세기 리더십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팀 오브라이언은 우리가 직업적인 역할을 자아의식과 혼동하면 관점을 잃게 되고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초 한 기고문에서 "자기 직업을 자신의 가치와 일체화하고 공식적인 역할을 할 때만 자신이 가치 있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패턴은 악화한다"고 조언했다.
오페라 가수 에밀리는 이런 조언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에밀리는 "언제 다시 공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내 직업이 내 유일한 기반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직업이 나 자신을 정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15년 동안 추구해온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난 몇 달간 많은 여성은 새로운 관점을 취해야 했다. 우리 팟캐스트의 세 번째 게스트인 리사는 헬스케어 분야의 창업자였다. 그녀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강타했을 때 모든 것이 멈췄다. 나는 러닝머신에서 내렸고, 사실은 기분이 상쾌했다. 사업이 힘들었던 만큼 개인적으로는 다행이었다.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라오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실직을 당한 많은 여성이 회복력과 결단력을 갖추게 된 것을 포착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여성들은 어떻게 자신을 노동 인력에 재투입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가진다. 이를테면 개인적인 사업을 하거나 컨설턴트가 되는 등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2020년은 무자비했다. 많은 여성은 승진이나 보수 면에서 되찾아야 할 것들이 많다. 어쩌면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른 여성들은 더 많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2020년의 위기에 교훈이 있다면 고용주와 여성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가 여성 직업인들에 대한 기대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에이미 번스타인은 2011년부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또한, 팟캐스트 ‘일하는 여성들’의 공동진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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