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협업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불거진 다양한 소문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협업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불거진 다양한 소문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기차 협업은 이어가는 등의 다른 해석을 내놓는 상황.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나란히 애플과의 협업설에 대해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달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8일)·기아(20일) 애플과의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협업설에 대한 해명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재공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과 현대의 협상이 최근 중단됐다고 보도하면서도 완전히 결렬됐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 일부에서는 이처럼 현대그룹이 모호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애플이 고수해온 '비밀주의' 전략에 금이 가면서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했다.

애플은 협력사와 주요 고객사에도 비밀유지계약을 철저히 지킬 것을 요구한다. 애플은 비밀보호 유지계약(NDA)를 먼저 맺고 협력할 곳의 설비 등을 살펴보면서 계약조건을 제시한다.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철두철미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은 달랐다. 지난달 8일 애플과의 협상에 대해 회사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용을 부정하지 않은 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애플의 성향상 이 같은 상황은 매우 불편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이유로 애플이 협상 테이블에서 먼저 떠났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수의 자동차회사에 제안을 넣은 만큼 선택의 여지가 남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전까진 어떤 루머에 대해서도 코멘트조차 인용을 거절하는 회사"라며 "이번 애플카 이슈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중이고 팀 쿡 CEO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존심이 매우 센 애플은 현대차그룹에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불편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여론을 가져오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애플의 제품 생산 방식을 볼 때 폐쇄된 방식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애플카는 실체가 없지만 자동차회사와 연결된다면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자신감에 찬 현대차그룹이 거절했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사진제공=기아
반대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진 게 아니라는 것.
지난 8일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현대차 내부에서 애플카 위탁제조업체가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애플과 현대차가 2018년부터 협력을 논의했으나 현대차가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꺼린 탓에 진전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차를 3~4년 안에 만들어줄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현대차와 기아가 유일하다"며 "애플이 관심을 가졌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게 현대차그룹의 E-GMP라는 점도 애플과 협상의 여지가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이 원하는 차를 만들려면 유연한 생산이 가능한 전용 플랫폼과 대량생산체제 및 자율주행 노하우까지 겸비한 곳이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공시는 그동안 시장에서 과열됐던 협력설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미래 모빌리티 구상을 밝힌 상황에 애플이 주도권을 쥐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 개발은 이미 여러 파트너와 함께 진행하는 만큼 애플이 어떤 협상 카드를 내밀지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로 9일 예정된 기아의 투자설명회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과의 협의무산이 공식화된 만큼 무산의 구체적인 원인이나 향후 행보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측은 공시 내용 외에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