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강민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는 ABT(Anything But Trump·트럼프를 제외하면 전부 괜찮다)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선 그의 기조를 사실상 그대로 계승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언가를 수용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정책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세계보건복지기구(WHO) 탈퇴 결정 번복 등 취임 한 달 동안 50여 개의 행정조치를 통해 '트럼프 지우기'에 집중해왔다.
◇초부상 중국 막으려 트럼프 '인도-태평양 전략' 수용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은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와 2018년 1월 국가방위전략보고서(NDS)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했다. 여기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국익을 침해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이 기조는 지속돼 지난해 5월 발표된 대중국전략보고서에도 미중관계는 전략적 경쟁관계로, 중국 정부는 공산당(CCP)으로 지칭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중국을 '건설적이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이해관계자'로 국제사회에 출현시키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지만 이러한 접근방식은 공산당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미국 행정부는 이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적 접근방식'을 택하기로 했다고 적혔다.
이 같은 대중 견제책은 지난해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등을 겪으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견 없이 수용하는 정책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이기는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ABT의 일환으로 인도-태평양 정책에도 다소의 변화를 주려 했던 것으로는 보인다. 그는 대선 후 트럼프 행정부의 용어로 일컬어졌던 '인도-태평양', '자유롭고 개방된(free and open)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각각 '아시아-태평양', '안전하고 번영하는(secure and prosperous) 인도-태평양'으로 바꿔 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외국정상들 간 통화 내용 등을 살펴보면 그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용어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쿼드 또한 2007년 첫 4자(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대화 이후 한동안 중단됐다가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때 부활한 것이다.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기조를 내세우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중국의 해상 진출 견제'를 위해 모인 다자 간 협력체로 칭해진다.
이로써 바이든 시대의 대중 전략은 여전히 검토 중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신설됐고 여기에 미국 내 대표적 대중 강경파인 커프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임명된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캠벨은 오바마 정부에서 피봇 투 아시아 전략을 설계한 인물이다.
◇동맹주의로 전략 추진에 차이…G7 회의 등으로 압박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전략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 전략을 추진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우선주의' 정책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진행시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정치와 군사, 경제를 선봉에서 이끄는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을 복원함으로써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목소리를 키워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입지를 바짝 좁히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따라 취임 직후 동맹국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과 각국 간 동맹의 중요성, 대중 견제 의지를 드러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기한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WHO 복귀 등을 통해 국제사회 질서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주의에 기반을 둔 인도-태평양 전략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19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명확히 담겨 눈길을 끌었다.
G7 정상들은 이날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에 대응하고 공정한 다자 간 무역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집단적 접근법을 모색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회의에선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 또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운 가치외교로 중국에 견제구를 던져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와 같은 날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의 연설에서도 유럽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천명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흔들림 없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 이것은 우리의 흔들림 없는 맹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국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침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스타일과 어조는 분명 극명하게 다를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는 그가 대서양에 대한 접근법, 중국 및 인도-태평양 안보에 있어 유럽과 보다 긴밀히 협력하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