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실전용 무기를 이용해 비무장 시위대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있다는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8일 미얀마 네피토에서 열린 군사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미얀마 군사정권이 실전용 무기로 비무장 시위대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는 반(反) 쿠데타 시위 중 촬영된 영상들을 증거로 내세우며 "이들의 살육이 이토록 생생하게 중계된 적은 이제껏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지난 몇주 동안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동영상을 수집·분석한 '미얀마 전역에서 자행된 살인사건' 보고서를 내놓고 "군사정권의 보안군이 지휘관의 지시를 받아 실전용 무기로 시위대를 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앤 매리너 엠네스티 위기대응국장은 "이러한 행동들은 개별 병사들의 판단 실수가 아니다"라며 "반인도적 범죄에 연루된 지휘관들이 공공장소에 군대를 배치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리너 국장은 "미얀마의 군사 전술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들의 살육이 전 세계에 이토록 생생하게 중계된 적은 이제껏 없었다"고 말했다.

처참한 '살육' 현장… 55개 동영상이 말해준다
앰네스티는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에서 2월28일~3월8일 촬영된 55개의 영상물에 대한 분석을 증거로 제시했다.

남동부 도시 다웨이에서 지난달 28일 제작된 한 페이스북 동영상에서는 한 병사가 옆에 있던 경관에게 소총을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경관이 조준을 하고 총을 쏘자 그의 주변에 있던 경관들도 동조 사격을 가했다. 영상에서는 여성들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린다.


엠네스티는 군부가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살해하고 있다는 증거로 시위대 현장을 담은 동영상들을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 현장에 보안군이 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메리너 국장은 "이 사건은 시위대를 겨냥한 실탄사격 등 인명 경시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보안군 병사들 사이의 의도적인 조율이 있었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소수 민족 거주 지역에서 많은 잔학 행위가 발생하고 일부 병사들이 징집됐으며 시위대들에 대한 사법 절차 없는 처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또 다른 동영상은 양곤에서 장교가 한 남성을 살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남성은 경관이 총을 쏘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즉사했다. 잠시 후 장교들은 그의 시신을 보안군 쪽으로 끌고 갔다.

앰네스티는 "경기관총, 저격수 소총, 반자동 소총 등은 경찰이 시위 진압에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무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국제사회 개입 시급한데… UN '쿠데타' 표현 삭제한 미온적 성명 채택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공식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 현장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카알 신의 장례식 모습. /사진=로이터
앰네스티는 미얀마 사태가 치명적인 새로운 위기 국면에 있다며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개입을 촉구했다.
UN 안보리는 반(反) 쿠데타 시위자들에 대한 미얀마 군대의 폭력 사용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장 성명은 결의안보다 한 단계 낮지만 UN의 가장 강력한 기구인 안보리의 공식 기록으로 남는다.

하지만 UN은 이 성명에서 '쿠데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군부의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경에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얀마는 지난달 군부가 민간인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축출하고 구금한 이후 혼란에 빠져 있다. 이번 군부 쿠데타로 지난 50년 동안 이룩한 미얀마의 민주주의 발전이 일시에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얀마 전역에서 민주주의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2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체포됐고 사망자 수는 6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일주일 전 토마스 앤드루스 UN 특별보고관은 안보리가 미얀마 군사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