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생산업체들이 모처럼 반색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자동차, 가전 등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인 데다 에틸렌 공급사들의 생산 차질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아시아 에틸렌 가격(CFR NE Asia)은 톤당 120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0달러 올랐다. 1200달러 선까지 올랐던 2019년 상반기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에틸렌 가격은 지난해 4월 평균 톤당 404달러를 기록하며 그해 최저치를 찍었다. 이는 코로나 확산으로 에틸렌 수요가 위축된 요인이 컸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로 꼽힌다. 전자기기와 차량 내장재는 물론 비닐, 병뚜껑, 기저귀까지 사실상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는 에틸렌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경기가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되자 가격이 급락했다.
최근 가전제품, 의류, 자동차 등 전방업체를 중심으로 에틸렌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경기가 회복하면서 수요가 지난해 대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여행 등으로 이동 인구가 늘어나며 포장재, 위생재는 물론 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한 마스크, 의료용 라텍스 장갑, 의료용 기기 등 요구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공급은 일정하지 못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 주에 불어 닥친 기록적인 한파로 현지 기업들은 석유화학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이번 미국 내 공장 가동 중단으로 2550만톤의 에틸렌이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대산NCC와 LG화학 여수NCC, 여천NCC 등의 가동이 연말까지 멈춘 것도 에틸렌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에틸렌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일종의 판매마진 지표인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차액)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톤당 평균 323달러였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이달 576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에틸렌 마진이 톤당 400달러를 넘으면 이익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사들의 실적 회복도 유력시된다.
다만 올해 하반기 국내외에서 에틸렌 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가격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량은 1500만톤에 이른다. 국내 에틸렌 생산규모도 지난해 961만6000톤에서 올해 1255만톤으로 늘어난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여수NCC의 에틸렌 생산량을 80만톤 늘릴 예정이다. 한화토탈도 NCC 증설을 상반기 내 완료한다.
정유사들도 올해부터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든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8월 HPC(복합석유화학공장) 준공을 완료하면 연간 75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GS칼텍스도 올해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준공해 연간 에틸렌 70만톤을 생산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들의 에틸렌 생산공장 증설에 맞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며 "최근 수요가 점차 살아나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 마진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