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알몸 배추' 논란으로 김치찌개 등 김치를 주재료로 한 가게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 서울 종로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 김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중국산을 국산으로 바꾸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 김씨는 “중국산 김치 이슈 때문에 국산을 주문했다”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요청하는 손님에게만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비위생적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퍼지면서 국내 외식업 자영업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산 김치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3~7배 비싸서다. 일부 업장에선 국산 김치 변경 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치 파동 이후 매출 떨어졌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일대 식당들은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타격을 입은 모습이었다. 소비자가 중국산 김치를 꺼리면서 식당 이용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이 위축된 상황에서 김치 파동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게 업주의 하소연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찌개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지난달까지 일 매출 100만원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3월 들어 3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코로나19 유행 때보다 더 어렵다. 중국산 김치 파동이 피를 말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업장도 매출 감소세를 피하진 못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김치찌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송모씨는 “본사에서 제공받는 국산 김치를 사용한다”며 “그런데도 손님이 부쩍 줄어 큰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외식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김경은 기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68만명이 활동 중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김치 파동 이후 매출이 꺾였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치찌개나 김치찜 등 김치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업장은 물론 반찬으로 김치를 제공하는 업장도 마찬가지다.

김치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해당 커뮤니티에 “중국산 김치 논란으로 매출이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며 고민을 적었다. 댓글에도 “폭망(폭삭 망했다)” “토막 수준이 아니라 주문이 아예 없다” 등 유사한 반응이 나타났다.

국산 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 B씨는 “손님이 김치 원산지를 묻길래 중국산을 쓴다 하니 면전에 대고 ‘김치 얼마나 한다고 중국산을 쓰냐’며 기분 나쁘게 말을 하더라”며 “중국산과 국산 가격이 몇 배나 차이가 나는데 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불평했다.
“손님상에 김치 뺍니다”… 가격 현실화 ‘고개’

중국산 김치로 인한 여파가 크다 보니 식당에선 국산 김치로 바꾸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국산 김치 업체 문의합니다’ ‘중국산 김치를 대체할 반찬이 있을까요?’ ‘반찬에서 김치 뺐어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다만 김치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식당에선 국산 김치로 변경 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산 김치가 원재료와 인건비 등에서 중국산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국산과 중국산 김치의 가격 차이는 최대 7배까지 벌어진다.

서울 은평구에서 김치찜을 판매하는 박모씨는 “중국산 김치를 쓰다가 가격이 4배 비싼 국산으로 바꿨다”며 “이 시국에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다 떨어질 것 같아 동결했는데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식당들이 중국산 김치를 국산으로 바꾸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배달의민족 캡처

김치를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메뉴 구성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대신 반찬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김치찌개 주문 시 반찬 4종과 계란 프라이를 제공해왔는데 이를 전부 없애기로 한 것.

박씨는 “중국 절임배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도 못 먹는 걸 돈 받고 팔 순 없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가게 문을 닫았다가 국산 김치를 수급해 영업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 동안은 매출이 떨어질 걸 각오하고 있다”면서도 “어차피 중국산 파동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이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영세 식당의 고민… ‘값싼 국산 김치’ 왜 없나

그동안 대다수 영세 식당은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싼 중국산 김치를 사용해 왔다. 국내 일반 음식점 10곳 중 8곳은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를 직접 담그지만 중국산 고춧가루 등을 쓰는 식당까지 합치면 겨우 10% 정도만이 국산 김치를 내놓는 현실이다.

식당 업계에서는 중국산 김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업소용 김치 시장은 중소기업 위주로 이뤄져 있다.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국내 식품 대기업은 업소용 김치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김치가 2011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진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업소용 김치 시장에 진출할 경우 매출액의 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김치 시장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은 업소용 김치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단 내용의 자율협약을 중소 김치 생산업계 단체와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