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대기 중인 선박들이 많아 통항이 정상화되는 시기는 아직 불분명하다. 수에즈 운하는 선박 간 안전거리 유지 등으로 하루 평균 50척만 지날 수 있다. 그간 인근 해상에서 대기했던 국적선사 HMM의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그단스크호는 30일 오후 수에즈 운하로 통항했다.
앞서 HMM을 포함한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의 우회 노선 활용을 결정했다. 남아공의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가 6000마일(약 9650㎞) 늘어난다.
HMM 관계자는 "최대한 지연을 줄이면서 운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우선 4척만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면서 운하 정상화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수에즈 운항 통항료가 비싼 만큼 늘어나는 연료비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에즈 운하의 선박 통항료는 배의 종류·크기·선사와의 계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번에 좌초된 2만TEU 이상의 초대형선의 경우 100만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다. 작은 선박도 30~40만달러 수준이다.
HMM의 2만4000TEU급 스톡홀름·로테르담·더블린호와 5000TEU급 부정기선 프레스티지호 등 선박 4척은 예정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 노선을 항행하고 있다.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일주일 정도 더 소요된다는 것이 HMM 측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1척도 희망봉을 우회해 항행 중이다. 나머지 선박들은 인근 해상에서 대기하다가 수에즈 운하로 통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해적 출몰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지난 29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을 아덴만 일대로 이동, 우리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해적들은 컨테이너선보다는 유조선·벌크선 등을 주요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컨테이너선은 상선 중에서 속도가 빠르고 수면에서 갑판까지 높아서 침범하기 어렵지만, 유조선·벌크선 등은 속도가 느리면서 높이가 낮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희망봉을 우회하는 대신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계획이다. 팬오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없다.
팬오션 관계자는 "수에즈 운하가 재개됐다고 하니 그쪽으로 갈 예정"이라며 "희망봉 우회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우회하는 시간·비용을 고려하면 수에즈 운하에서 대기한 후 이동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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