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전기차 감속 기어를 보호하는 '기어박스 오일'과 배터리나 모터의 열을 빠르게 식히는 '냉각유' 등 친환경차에 특화된 윤활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전기차로 모빌리티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활유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오는 5월께 '배터리 쿨링 플루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배터리 쿨링 플루이드는 전기차 내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기를 식혀주는 유체로 일종의 배터리 내부 소재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글로벌 첨가제 제조사, 완성체 업체들과 전기차에 최적화된 윤활유 개발을 마쳤고 판매를 앞두고 있다.
GS칼텍스도 전기차용 윤활유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하이브리드차 전용 엔진오일 'Kixx HYBRID(킥스 하이브리드)'는 완판됐다. GS칼텍스는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보고 이 제품의 정식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하반기 하이브리차용 윤활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른 친환경 프리미엄 윤활유 개발도 한창이다.
2010년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시작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친환경 윤활유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올해 SK루브리컨츠의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는 지난해 대비 2배 늘어난 130만대분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최근 2년간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 증가세는 연평균 33%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아닌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인다. 여기서 필요한 윤활유의 역할은 전기모터·기어 등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구동계 내부에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해 에너지 손실과 마모를 줄이는 것이다.
일부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해 엔진과 기어박스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돼 있다. 이 경우 두 군데 모두 함께 써도 괜찮은 윤활유가 필요하다. 국내 정유업계는 그동안 고급 윤활유 판매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첨가제 제조사, 완성체 업체들과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차용 윤활유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다. 전기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가 적어 마진율이 높다. 윤활유 교환 주기가 긴 데다 기존 내연기관 윤활유 대비 들어가는 양도 적어 수요도 크지 않다. 기존 윤활유의 교환 주기가 5000~3만㎞인 반면 전기차용 윤활유는 10만~15만㎞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친환경차 물량에 공급하는 수준으로 유럽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정유사들이 많지 않다"며 "통일된 규격도 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환경 규제 추세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친환경차 이용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고부가가치 윤활유 제품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시장조사기관 EV볼륨즈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462만대에서 2025년 1276만대로 증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이 연간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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