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없이, 단 한 시간 만에 홍콩으로 아트 투어(예술 기행)를 다녀왔다.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현장도 다녀오고 화려한 벽화가 이어지는 센트럴 거리도 걸었다. 투어가 끝난 후 현지 예술가의 지도 하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랜선여행'으로 말이다.
홍콩은 5월을 '문화예술의 달'로 지정해 전역에서 '아트 인 홍콩'(Arts in Hong Kong) 캠페인을 펼치며,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예술 행사를 열고 있다.
홍콩관광청이 최근 이 캠페인의 연장선으로 홍콩 슈퍼팬과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가상 예술 체험'을 선보였는데, 참가 기회를 얻어 생생한 랜선 홍콩 아트투어를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홍콩 랜선여행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화상 채팅 플랫폼 줌(Zoom)에서 진행됐다. 덕분에 '방구석 여행'을 실현했다.
투어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홍콩 현지 진행자의 등장과 함께 빅토리아 하버의 산책로와 서구룡 문화지구 내에 올해 개관할 M+뮤지엄의 완공된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가장 기대됐던 곳은 단연 아트바젤 홍콩이었다. 뉴욕이나 런던에 가야 만날 수 있던 유수의 갤러리가 모이고 수조원 대의 거래가 이뤄지는 세계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매년 3월에 열렸던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됐다. 올해 행사에 23개국, 104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이중 한국에선 9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이번 투어에선 한국인 디렉터의 설명을 들으며 김종학 작가와 이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화면에 작품이 가득 찬 덕에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실제 미술관을 방문해 감상한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졌다. 디렉터 설명에 의하면 김종학, 이배 작가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중년 작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함께 전시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눈으로 확연히 알 수 있게 대비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김종학 작가는 '설악산 화가'라고 불리며 압도적으로 화려한 색감으로 설악산에 피어난 꽃을 가득 그려냈고, '숯의 화가'로 불리는 이배 작가는 흑과 백으로만 서예와 같이 내면의 풍경을 절제와 생략으로 표현했다.
아트바젤 홍콩 현장에서 벗어나 다음 일정은 올드타운 센트럴로 이어졌다. 홍콩의 젊은 예술가들의 벽화를 보기 위해서다.
올드타운 센트럴은 센트럴과 셩완의 가파른 길과 숨겨진 골목길을 아우르는 홍콩섬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다. 그 덕분에 동양과 서양, 그리고 오래된 것과 현대적인 것들의 상호 작용이 오가는 곳이다.
지난 몇 년간, 길거리 미술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지와 해외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벽화들로 알록달록한 올드타운 센트럴의 거리는 홍콩의 분주한 크리에이티브 현장 중 하나가 되었다. 번화한 거리 사이사이, 전통 골동품 가게와 레스토랑의 벽을 배경으로 멋진 거리 벽화를 발견할 수 있다.
가이드가 먼저 랜선 여행객을 이끈 벽화는 홍콩에 거주하는 프랑스 출신 엘사 장 드 디에우(Elsa Jean de Dieu)의 벽화였다. 그의 작품들은 소호에 자리해 있는데 대체로 화려한 색감으로 웃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듯 벽화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차오르는 에너지와 기쁨을 느끼게 했다.
이어 가이드는 베일에 싸인 예술가로 알려진 '인베이더'와 마커펜만으로 생동감 있는 표범을 그려낸 크리스토퍼 호, 서예가인 사만다 청의 벽화를 소개했다.
랜선 홍콩아트 투어의 마무리는 미술 치료 요법으로 활용된다는 '젠탱글' 그리기였다.
젠탱글(Zentangle)은 'zen'(선)과 'tangle'(얽힘)의 합성어로 구조화된 패턴을 그리면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는 예술의 한 형태. 점, 선, 면, 단순한 곡선 등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그리기 방식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효과로 힐링 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기에 앞서, 홍콩관광청이 집으로 보내준 '스페셜 키트'에 담긴 도안과 전용 펜을 꺼냈다. 젠탱글 작가인 테레스 첸이 지도아래 젠탱글 그리기를 시작하는데, 면대면 수업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선이 삐뚤삐뚤 해지고 원하는 모양대로 안 그려지는데, 작가가 말하기론 마음이 안정적이지 않아서란다.
작가는 딤섬 차슈바오와 파인애플 번을 닮은 패턴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보통은 일상생활 속에서 영감을 받아 패턴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작가를 따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서로 간의 거리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게 랜선여행의 또 다른 매력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여행의 자유를 빼앗아 갔지만, 온라인으로 즐기는 '랜선여행'이라는 독특한 여행 방법을 만들어 냈다.
오감으로 느끼는 '진짜여행'에 비해 부족한 점이야 많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나 혹은 추억의 장소로 언제 어디든, 둘러볼 수 있다.
홍콩관광청은 물리적으로 홍콩을 방문하지 못하는 랜선여행객들을 위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예술을 비롯해 미식, 축제, 쇼핑, 먹거리, 자연별 생생한 여행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누리집의 '아트 인 홍콩' 누리집에선 온라인 쇼케이스, 추천 예술 행사 및 이벤트, 예술가 인터뷰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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