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조치를 계기로 첨단소재와 장치의 국산화 움직임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정책에 내린 평가다. 특히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규제로 일본 기업만 피해를 봤다는 점도 꼬집었다. 일본 언론조차 자국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별다른 효력이 없었고 오히려 한국의 기술 자립에 힘을 실어줬다고 인정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흘렀다. 2019년 7월4일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전략물자가 제3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세워 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3개 소재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실상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자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계략이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당시 일본이 반도체 3개 품목 수출을 우선적으로 제한한 것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인 한국이 일본 소재 없이는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오만함도 깔려 있었다. 한국에서조차 야당과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일본 없이는 한국의 반도체 사업이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은 오히려 소·부·장 주요 품목 국산화를 통한 ‘극일’ 전략에 힘을 실었다. 일본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기만 하면 눈앞의 수출규제 위기를 넘길 수는 있겠지만 언제든 또다시 일본에 휘둘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2년이 흐른 현재 한국은 주요 품목에서 국산화 성과를 내며 빠르게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최초 수출규제 품목 중 불화수소는 이미 국산화가 완료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수출규제 전보다 90% 줄었다. 이로 인해 스텔라케미와 모리타케미칼 등 일본 불화수소 생산 기업이 지난해 연간 60억엔(약 683억원) 손해를 봤다. 당황한 일본은 포토레지스트와 폴리이미드 등 나머지 2개 품목 수출을 승인했지만 해당 품목에 대해서도 한국의 국산화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수입대체는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인데도 일본은 수출규제 철회 의사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말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통상담당 국장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일본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단됐다. 지난해 5월 한국이 일본에 수출규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최후통첩을 날렸음에도 일본은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한국은 결국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일본은 수출규제 카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명분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그야말로 아집만 남은 꼴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비이성적·비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일본 정부에 전향적 자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극일 전략에 힘을 실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소·부·장 국산화에 추동력을 실어 일본이 더 이상 한국을 얕잡을 수 없는 완전한 기술 독립을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