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본격적인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정책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들의 정책은 유사하다는 평가다. 부동산 정책은 공급확대와 규제개혁이란 공통점을 보이고, 촉법소년이 논란이 되자 경쟁적으로 연령을 낮추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예비후보 경선 등록자만 15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유사한 정책으로 정책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과 함께 국정운영을 위한 준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부동산 경쟁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현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민심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들의 부동산 정책은 공통점을 공급확대와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유사하다.
윤 전 총장은 5년간 전국에 25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보다 조금 적은 수준인 200만호를, 유승민 전 의원은 수도권 150만호를 공약했다.
홍준표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도심 고밀도 개발과 공공부분 '쿼터 아파트' 도입 등으로 공급을 대폭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주택담보대출(LTV) 허용 폭 상향 등 규제완화도 공통 공약이다.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은 LTV규제를 80%까지, 최 전 원장은 70%까지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론 세부적으론 차이점도 없지 않다. 주택공급에 있어 윤 전 총장은 3기 신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주장한 반면, 유 전 의원과 최 전 원장은 도심 재개발·재건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차이 속에서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 부동산 공약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복붙(복사+붙이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공급부족과 규제강화로 분석해, 큰 틀에서 유사한 정책을 내세운 모습이다.
집권 이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비전 제시에서도 유사한 모습은 확인됐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7월25일 출마선언식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과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 1호 공약으로 코로나19 대책인 '100조원 규모의 담대한 회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복지 공약으로는 "부모 찬스가 아닌 국가찬스를 통해 공정한 교육 및 직업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국민의힘 비전발표회에서 원 전 지사와 유사한 청사진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구별하겠다"고 했다. 취임 100일 안에 '긴급구조 프로그램' 가동을 가동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부모 찬스가 아닌 본인 찬스로 대학에 가고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입시와 채용 시스템을 마련해 기회의 세습을 막겠다"고 했다.
보수 진영의 기본적인 국가운영 기조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긴 해도 자신만의 차별화한 국정 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약 경쟁도 벌어졌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유 전 의원은 촉법소년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고, 최 전 원장은 '만 10세 이상 형사처벌'을 주장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청원인은 "딸이 유사강간을 당했지만, 가해자가 촉법소년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논란이 되자 경쟁적으로 관련 제도 개선을 주장한 것이다.
국민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권주자가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유사한 정책이 이어지면서 '정책 실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공약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 등 각 후보를 상징할 만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정운영을 책임지겠다고 대선에 출마하면서 정책은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경선이 본격 진행되면서 정책적 차별성과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경선이 본격화되면 상대 후보 개인은 물론 정책에 대한 검증도 시작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권주자들이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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