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1년여 만에 사임을 결심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이날 총리직에서 사임할 뜻을 굳혔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스가 총리는 이날 열린 자민당 임시 임원회에서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향도 직접 표명했다.
스가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지지율 반전을 위해 올여름 도쿄 올림픽을 강행했으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7월 도쿄도의회 선거, 8월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도 연이어 패배했다.
올가을 예정된 총선에서 스가 총리를 앞세워 승리할 수 없다는 자민당 당내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전 정부의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였던 스가 총리는 그동안 한일관계에 있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을 펼쳐왔다. 그는 한국 정부에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및 일본군 강제위안부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먼저 가져오라고 요구해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일 공조에 발을 맞추면서 바이든 정부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끌어들일 수 있단 이유에서였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약식 정상회담으로 양국 정상은 관계회복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다. 당시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문 대통령의 방일을 성사시켜 한일관계의 '모멘텀'을 끌어 낼 수 있을 거란 분석도 당시 나왔다.
하지만 막판에 일본 측이 독도 문제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했고 언론플레이까지했다. 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참석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절정에 달했다.
우리 측은 문 대통령 올림픽 참석 계기 한일정상회담 성과로 수출규제 정상화를 내세웠고 그 반대급부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원상복귀를 제시했지만 일측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됐는데 이 과정에서 주한 일본 대사관 고위관계자의 막말 논란까지 발생해 국민감정이 격앙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나름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해 일각에선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스가 총리의 사임 발표로 인해 사실상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정상회담은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선 일정이 10월과 11월로 예정되는 데다 한국 대선도 내년 5월로 빠듯한 상황이다. 사실상 한일관계 정상화의 과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양국관계 국면전환은 정상회담을 통해서밖에 없는데 현재 일본 내 정국이 어려워지고 곧 선거가 예정돼 있다"면서 "그 이후에는 우리가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향후 일본 총리가 바뀐다고 해도 한일관계에 있어 급격한 진전은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워낙 집권당인 자민당이 한국에 대해 강경 노선이기 때문에 누가 되든 간에 극적으로 변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세력에서 총리가 나올 경우 사실 한일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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